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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한명숙 사건 檢 부적절한 수사 확인"…피의사실공표 방지도 구체화

남궁민관 기자I 2021.07.14 11:19:52

檢 재배당·수사팀 구성으로 조사 혼선
"'제 식구 감싸기' 의혹 자초했다" 지적
피의사실공표 꼬집으며 "관련 법 즉시 개정"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한명숙 전 총리 검찰 수사팀 모해위증 교사 의혹’ 사건 관련 합동감찰 결과를 발표하면서, 당시 검찰의 배당 및 수사팀 구성은 물론 증인 예정인 참고인 소환조사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다고 못박았다. 또 이번 의혹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숱하게 수사정보를 흘렸다고 지적하며, 현재 사실상 사문화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좀 더 구체화해 실효성을 높이기로 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4일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피의사실 공표 방지 방안 등을 포함한 검찰 수사관행 개선방안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개월 걸친 합동감찰…“부적절한 수사관행·절차 있었다”

박 장관은 14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한 법무부 감찰담당관실과 대검찰청 감찰부 합동감찰 결과를 직접 발표하고 나섰다. 이번 사건은 한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수사한 검찰 수사팀이 관련 공판 증인이 예정된 참고인들에 모해위증을 교사했다는 의혹으로부터 불거졌으며, 박 장관이 지난 3월 17일 이에 대한 합동감찰을 지시한지 4개월여 만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일단 박 장관은 한 전 총리 사건에서 △수용자에 대한 불투명한 반복소환과 증언연습, 부적절한 편의제공 등 부적절한 수사관행과 △검찰의 재배당 시도를 통한 조사 혼선 초래, 일부 연구관만 참석시킨 의사결정, 회의 내용 특정언론 유출 등 절차적 정의 훼손 등 문제점이 확인됐다고 못 박았다.

구체적으로 우선 이번 사건 의혹을 제기한 민원사건을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지시로 대검 감찰부에서 인권부로 재배당을 시도해 관련 조사에 혼선을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이번 사건을 의욕적으로 조사해 온 임은정 당시 대검 감찰정책연구관(현 법무부 감찰담당관)을 갑작스럽게 교체하는 등 검찰의 이른바 ‘제 식구 감싸기’ 의혹을 초래했다고 봤다.

이에 박 장관은 “대검 부별 업무분장 철저 준수로, 검사 비위가 사소한 절차 위반이나 경미한 실수로 취급되는 등 변질 되지 않도록 관리·감독 강화하라”며 “대검 내에서의 사건 배당 시 혹은 대검에서 일선 청으로의 사건 배당 시 일정한 기준 정립 필요하다”고 개선안을 내놓았다.

또 이번 사건 공소제기 후 증인 예정 참고인에 대한 반복소환과 증언 연습 등 증언 오염이 우려되는 대목이 있었고, 이들 참고인들의 진술을 청취하고도 기록화하지 않아 피고인들의 방어권을 무력화하는 등 부적절한 수사관행이 드러났다고도 했다. 박 장관은 이에 대해선 사전 접촉을 최소화하고 면담내용 기록·보존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피의사실공표 방지 개정안 “즉시 입법 추진”

박 장관은 이와 함께 한 전 총리 사건 처리 과정에서 수사정보가 숱하게 언론에 유출됐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즉시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법무부와 대검 협의체를 구성하고 입법 추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개선 방안에는 △기소 전 공개범위 구체화 및 엄격한 기준 제시 △공개여부 심의 시 고려사항 제시 △예외적 공표요건 명확화·구체화 △반론권 보장 △진상조사 근거 신설 등을 담았다.

일단 국민들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필요한 경우 공보 내용을 확대하기로 하면서도, 다만 그 기준은 사건관계인의 인권 보호와 무죄추정 원칙 등 조화를 위해 신중히 수사단계별로 엄격하게 세운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현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 심의 기준을 구체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검찰 내 인권보호관은 수사팀의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신고가 있거나 또는 직권으로 진상조사를 전담 진행하는 권한을 부여했다.

박 장관은 “이번 합동감찰을 통해 마련한 개선사항이 실무에 정착되고 시행됨으로써, 인권보호관이자 사법통제관으로서 검사의 역할이 보다 존중 받는 조직문화가 뿌리내리고 검찰이 국민의 공감을 토대로 공존의 정의를 실현하는 검찰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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