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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원 "경찰 사랑한다"…경찰들 "SNS 사과 진정성 없어" 분노

김성훈 기자I 2018.03.28 11:49:19

장제원 의원 SNS에 "경찰 여러분께 사과드린다"
경찰 "비난은 공식 브리핑, 사과는 SNS로" 반발
"지방선거 앞두고 표 의식한 행동 아닌가" 불만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이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외압 의혹을 받는 염동열 위원의 거취를 두고 여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훈 최정훈 조해영 기자] 경찰의 울산시청 압수수색을 두고 자유한국당이 ‘정권의 사냥개’라고 비난한 지 6일 만에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일선 경찰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수석 부대변인)은 28일 오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거친 논평으로 마음을 다친 일선 경찰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저는 경찰을 사랑한다. 의정 생활 중 4년을 국회 행정안전위원으로서 경찰과 함께했으며 경찰의 인권과 권익향상 그리고 예산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해 왔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이어 “앞으로도 경찰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경찰을 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키기 위한 노력은 한층 더 가열차게 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 의원은 그러나 “제 논평은 경찰 전체를 대상으로 한 논평이 아니라 울산경찰청장을 비롯한 일부 정치경찰을 명시한 논평”이라며 “권력을 추종하는 정치경찰은 반드시 추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선 경찰들은 장 의원의 사과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소재 한 지구대장은 “비난은 기자들 앞에서 공식 브리핑으로 하고 사과는 얼렁뚱땅 SNS로 했다”며 “사과 대상도 경찰이라기보다는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에게 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은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 지구대장은 “우리들은 (장 의원의 사과보다) 시민들이 주시는 격려와 응원 덕에 상처를 치유했다”며 “경찰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항의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서울 지역 파출소에 재직 중인 한 경위도 “사과에 진정성이 느껴지기 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경찰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 자체가 바뀌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국 경찰관 온라인 모임인 폴네티앙 회장인 유근창 경남경찰청 경위는 “폴 네티앙은 (장 의원 발언에 대한)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사과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며 “SNS 상에서의 사과를 공식적인 사과라고 봐야할지 내부에서 의견을 조율 중에 있다”고 말했다.

앞서 울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16일 자유한국당 울산시장 후보인 김기현 현 시장의 동생 비리를 포착해 울산시청을 압수수색하는 등 본격 수사에 나섰다. 울산 중부경찰서도 21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일행의 항공기 탑승과 관련해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한국공항공사 울산지사장 등 울산공항 직원 2명을 수사 중이다.

이에 자유한국당 원내지도부가 19일 경찰청을 항의 방문한 데 이어 자유한국당 소속 울산지역 국회의원들이 21일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을 찾아가 항의했다.

장 의원은 22일 논평에서 울산경찰청의 압수수색에 대해 ‘야당 파괴를 위한 정치공작’으로 규정하고 ‘광견병 걸린 미친개’ 등 원색적인 표현을 쓰며 경찰을 비난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도 경찰에 영장청구권을 부여하는 당론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경찰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 ‘경찰인권센터’ 페이지 등에서 “사냥개나 미친개가 아닙니다. 대한민국 경찰관입니다”라고 적힌 종이를 든 사진을 잇따라 올리며 불만을 나타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전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장제원 수석대변인 논평과 관련해 “한국당 대변인 발언이 좀 강했던 건 사실”이라며 수습에 나선 바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 ‘경찰인권센터’ 페이지 등에서 “사냥개나 미친개가 아닙니다. 대한민국 경찰관입니다”라고 적힌 종이를 든 모습 (사진=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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