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기업들의 픽 토글(PIK-toggle)채권 발행이 최근 몇달새 급증하면서 올해 발행 규모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픽 토글의 픽은 ‘현물지급(PIK·payment-in-kind)’의 약어로 기업이 자금난에 처할 경우 이자를 현금 대신 채권으로 지급할 수 있는 조건으로 발행된다. 다시 말해 차입자가 원할 경우 정해진 시기에 정해진 이자를 물지 않고 이를 원금에 얹을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원금보다 더 많은 부채를 상환하게 되는, 리스크가 큰 구조다. 이는 기업에는 유리하지만 투자자에게는 불리하다.
이같은 투자상품은 신용거품이 일던 2006~2007년 차입매수(LBO) 호황기에 많이 나타났다. 그러나 당시 신용거품을 촉발한 원인이 됐다는 점에서 경기과열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기록적인 저금리 속에서 고수익을 찾아나선 투자자들과 자금조달을 원하는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리서치업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캐피털 IQ LCD에 따르면 미국 명품 백화점 니만마커스(Neiman Marcus)와 패스트푸드 체인 체커스앤드랠리스(Checkers & Rally’s), DNA 분석회사 앤시스트리닷컴(Ancestry.com) 등이 지난달 픽 채권 발행에 나서 올들어 픽채권 발행 규모가 92억달러(약 9조7200억원)에 달했다.
이는 134억달러 어치가 발행된 지난 2008년이후 최대 규모이며 지난해 1년 동안 발행된 67억달러를 훌쩍 뛰어넘었다.
그뿐 아니라 미술 공예품 전문 소매업체 마이클스스토어(Michaels Stores), 통신케이블 장비업체 콤스코프(CommScope)를 포함한 정크(투자 부적격) 등급 기업들도 올해초 픽 채권 발행에 나섰다.
픽 토글 채권은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신용거품의 주범으로 비난 받아왔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신용거품이 한창이던 당시 픽 채권을 발행한 기업의 32%가 2008년 이후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졌다.
FT는 픽 채권 뿐만 아니라 커버넌트 라이트(cov-lite) 대출 등 여타 고위험 차입 상품들도 다시 등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커버넌트 라이트 대출은 발행회사가 채권자 보호를 위해 준수해야 하는 계약조건을 거의 없앤 대출상품이다. 커버넌트라이트 대출도 픽 채권과 마찬가지로 투자자 보호장치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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