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TV 이민희 PD] 97년 외환위기는 '팩맨' '갤러거'에서 '버블버블'과 '테트리스' 로 이어지던 아케이드, 콘솔 게임 위주의 국내 게임 산업에 전환점이 됐다.
개인 PC의 보급과 IT, 소프트웨어 진흥책 등으로 온라인 게임이 부상하기 시작한 것이다. ‘스타크래프트' '에이지오브엠파이어' 같은 해외 게임이 한차례 휩쓸고 간 후 ‘리니지' 등 국내 게임이 고속 성장하면서 게임은 오락에서 어엿한 산업으로, 나아가 한류 열풍의 효자로 거듭날 수 있었다.
2011년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보고서에서 2분기 게임 산업 수출액은 6058억원으로 전체 콘텐츠산업 수출액 1조725억원의 56.5%로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대세’로 알려진 K-Pop 음악 콘텐츠 수출은 733억원으로 게임 콘텐츠의 약 6.2%에 불과하다.
10년 역사에 불과한 게임산업의 성장 원동력은 크게 3가지다. 우선 외국 유행과 기술을 받아 들여 발전한 음악, 영화, 드라마와 달리 게임은 우리가 종주국 대접을 받을 만큼 자력으로 국제경쟁력을 일궈냈다.
둘째 게임 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무형의 재화를 판매하거나 서비스하기 때문에 초기 투자와 서비스 관리 비용밖에 들지 않는 저비용-고효율의 지식기반 산업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게임 산업은 불황에도 강하다.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도 ‘컴투스’와 ‘게임빌’은 20%가 넘는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였으며, 대부분의 게임주들 역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의 탄탄한 인프라를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때문에 경제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사용자층이 일정하고 게임을 필수재처럼 사용하기에 위기에도 선전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한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보급 확대를 통해 모바일과 SNS게임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모바일 게임 시장은 구글과 애플이 주도하고 있는 모바일 오픈 마켓으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 그 동안은 각국의 이통사업자들이 서비스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국경 없는 서비스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EA(Electronic Arts), 소니(SONY)같은 글로벌 기업들도 플랫폼을 온라인으로 확대하는 중이다.
국내 경쟁이 치열하다. 컴투스나 게임빌과 같은 기존 모바일 선두주자 외에 넥슨, 한게임, 넷마블 같은 온라인 게임 강자들도 스마트폰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넥슨모바일은 올 상반기에만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등의 게임을 모바일 버전으로 출시하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도 '아이온'과 같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며 모바일 시장에서도 이용자들과 끈을 놓지 않고 있다.
NHN 한게임 역시 '마스터오브소드(Master of Sword)', '런앤히트(Run and Hit)' 등 총 11 종의 게임을 출시할 계획이다. CJ E&M넷마블은 인기야구게임인 '마구마구'의 모바일버전 '마구마구2011'은 모바일에 특화된 다양한 시스템을 특화해 사용자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국내 게임업체들은 해외시장 개척에 열을 올리고 있다. 넥슨은 현재 72개국에 진출해 3억5000만명의 회원 수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의 64%에 해당하는 5980억원을 해외에서 벌었다. 엔씨소프트는 그간 '리니지'를 비롯해 '리니지2', '아이온' 등 대작 MMORPG를 일본, 북미, 유럽 등에 수출해 꾸준한 실적을 올리고 있다.
'테라(Tera)'의 개발사인 블루홀스튜디오 역시 일본 진출에 이어 내년 상반기 유럽, 북미시장 공개서비스를 목표로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소프트닉스는 캐주얼 게임 ‘건바운드(Gunbound)’, 온라인RPG ‘라키온(Rakion)’ 등을 중앙ㆍ남아메리카에 국내 게임사 최초로 진출시켰다.
강지훈 소프트닉스 이사는 “유료 게임의 과금에 대한 인식도 없던 중남미 지역에 진출하여 최초로 PC 관리 프로그램과 마케팅 및 결제서비스 등을 구축하고 현재 회원수 5000만명에 달하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게임산업에서도 중국의 도전은 풀어야 할 당면과제다. 중국은 저렴한 인건비와 거대한 내수시장, 그리고 정부가 미래 유망사업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승훈 한국게임개발자협회장은 “게임이 건전문화로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업계의 노력,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 게임 이용자들의 의식 개선 등 3박자가 어우러져야만 한다”고 말한다.
게임시장 미래에 대해 전문가들은 3D의 열풍 속에 증강현실게임이 대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소니는 2009년 플레이스테이션3 '아이벅스(ibugs)'와 'AR 타워 디펜스'라는 증강현실 게임을 출시하였으며, 애플 노키아 스마트폰에서도 유사한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다. 국내에선 KT가 '올레 캐치캐치(Olleh Catch Catch)'라는 스마트폰 캐릭터게임을 출시했고, '고왈라(Gowalla)‘처럼 SNS와 위치기반 서비스를 접목한 게임도 속속 나오고 있다.
게임이 이제는 단순한 재미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비즈니스 목적으로 활용되는 '기능성 게임'으로 진화할 거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기능성 게임의 세계 시장 규모가 지난 2009년 52억달러에서 2012년 91억 달러로 성장 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자동차 업계에선 크라이슬러, 혼다 등이 신제품 마케팅에 게임을 이용하고 있다. 로레알, 메리어트호텔, IBM 등 다른 산업에서도 직원 채용 및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게임을 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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