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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간 지역 약국을 운영한 뒤 19년째 의약품안전사용 교육강사로 활동 중인 이 소장은 “마약 관련 예방 교육을 해왔지만,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을 상대로 교육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몇 년 새 청소년들 사이에 강남 마약 음료 사건처럼 마약 문제가 확 들어오다 보니 진행하게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특강은 서울시교육청이 기획하고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소속 강사 등이 자원 학교를 방문해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청소년의 마약류 등 약물 오남용의 위험성을 알리고 마약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 및 마약의 높은 중독성에 대한 내용을 알리기 위한 취지다. 수능시험이 끝난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8일까지 서울의 희망 고등학교 103곳의 1만 8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간 수능을 마친 고3 학생을 대상으로 금융교육 등은 있었지만, 마약 예방교육은 올해가 처음이다.
이날 강의는 △지난 4월 강남 학원가를 파고든 ‘마약 음료 사건’ △SNS(사회연결망서비스)를 통해 10대 사이에서 살 빼는 약으로 인기를 끈 이른바 ‘나비약(마약류 식욕억제제)’의 심각성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강남 학원가에서 마약 음료가 유통됐던 사건을 설명하는 순간에는 마약으로부터 위협받는 일상 환경을 설명했다. 나비약의 유통과정을 설명하는 순간에는 매매 시 처벌받을 수 있는 법적인 조항을 알려주기도 했다. 나아가 졸업 후 누구든 대상이 될 수 있는 ‘퐁당 마약’의 위험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무색·무취·무미한 신종마약이 담긴 술이나 음료수를 술자리 등에서 마실 수 있는 만큼 스스로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고3 학생을 상대로 마약 예방 교육이 시행되는 것은 10대 마약 사범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세태와 맞닿아 있다. 실제 대검찰청이 공개한 ‘9월 마약류 월간 동향’에 따르면 10대 마약 사범은 올 들어 단 9개월 만에 988명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481명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10대 마약 사범 가운데 가장 취약한 연령으로는 15~18세였다. 해당 연령대의 마약 사범은 지난해 291명이었지만, 올해는 9월 기준 655명으로 급증했다. SNS 등을 통한 비대면 판매가 늘고 있다는 점이 10대 마약 사범이 급증한 배경으로 전문가들은 꼽고 있다.
이날 강의를 들은 유모(18)양은 “한창 미국에서 펜타닐에 중독된 사람들이 있는 거리가 뉴스에서 한창 이슈화됐을 때 친구들끼리 마약 중독성의 심각성을 느끼곤 했다”며 “공교육에서 마약 예방 교육을 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문제가 되고 있구나 라는 것을 실감한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당 고등학교에서도 나비약의 심각성을 담은 영상들을 제작해 학생들에게 시청각 자료로 이용하기도 했다. 한은진 보건교사는 “수능시험이 끝난 이 기간이 되면 매년 학생들이 풀어지는 시기이기도 한데 워낙 마약 관련 이슈가 학생들을 중심으로 일어나다 보니 경각심을 가지게 하려고 예방 교육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