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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in]"자금이탈 걱정할판에"..선물환 규제 `전략상 후퇴`

정선영 기자I 2011.03.03 15:07:08

외국인 자금이탈, 인플레 압력에 `무리수` 피해
당국 "시장상황에 달렸다"..폐기된 카드 아냐

마켓in | 이 기사는 03월 03일 14시 37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정선영 기자] 정부가 지난해 야심차게 빼들었던 선물환 규제의 칼날이 한 순간에 무뎌졌다.

"선물환 포지션을 추가로 규제할 수 있다"고 외치던 작년과는 딴 판이다. 중동사태 우려와 유가 불안, 주식시장 조정이 이어지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이 부각되는 등 시장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 "자금이탈 걱정할 판에"

지난 2일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선물환 포지션에 대한 추가 규제는 없을 것"이라며 "외환시장 교란을 막기 위해 거시건전성 부담금 도입, 선물환 포지션 한도 규제, 외국인 채권 과세 등 3중 안전장치에 따른 방어벽을 어느 정도 확립해 놓았다"고 밝혔다.

이같은 당국 입장은 이미 규제안이 마련된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무리해서 자금 유출입 규제에 나설 필요는 없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 자금 이탈을 우려하지 않는다곤 했지만 당국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외국인은 올들어서만 코스피시장에서 이미 3조2027억원 어치 주식을 순수하게 팔아 치웠다.

외국인 자금이 본격적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규제안을 섣불리 내놓기는 부담스러운 형편이다. 추가 선물환 규제를 했다가 시장 유동성이 급격히 악화될 경우 오히려 당국의 발목을 잡는 변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자칫 투기성 자금을 막으려다 외국인 자금 유입의 심리적 기반까지 뒤흔들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 물가 불안도 한몫

인플레 압력이 가중되고 있는 점도 선물환 추가 규제의 당위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당국의 선물환 규제는 달러 매수심리를 촉발하면서 통상 달러-원 환율 상승 재료로 작용해왔다. 그러나 최근 리비아 사태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대로 치고 오르면서 물가 압력이 주목받고 있는데 당국이 괜시리 환율을 끌어 올려 물가 부담을 높일 이유가 없다.

한 시장참가자는 "물가가 우리 경제에 최대 불안요인으로 떠오르면서 당국도 환율 하락을 어느 정도 용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같은 물가 압력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폐기된 카드`는 아니다

그러나 선물환 한도 축소는 이미 `분기별로 조정 가능한`이라는 단서가 달려있는 규제안이다. 그만큼 규제안 시행에 유연성이 있는 셈이다.

실제 외환당국은 지난해 시중은행 50%, 외은지점 250%인 한도를 조정할 당시부터 "3개월마다 시장 상황 등을 감안해 추가적으로 포지션 한도를 조정 가능하다"고 단서를 달아놓았다. 올초 은행세 규제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선물환 한도 추가 축소가 언급될 때마다 "시장 상황을 보면서"라는 전제를 깔았다.

한 당국자는 "선물환 추가 규제는 현 시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없다는 것 뿐이며 상황에 따라서는 언제든지 다시 도입할 가능성은 열려있다"며 "분기별 조정 가능하다는 규정 내용이 바뀐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도 "은행 레버리지가 확대되거나 금융시장에 투기 수요가 몰릴 경우 선물환 한도 추가 축소는 가능한 조치"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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