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보리기자] 쌍용자동차가 회생 문턱에서 또다시 암초를 만났다.
쌍용차(003620)가 해외 전화사채(CB) 채권자들을 고려해 법원에 제출했던 회생계획안을 일부 수정했지만 끝내 해당 채권자들로부터 계획안에 대한 동의를 얻어내지 못했다.
이에따라 오는 11일 법원에서 열리는 관계인 집회에서 쌍용차 회생계획안이 재차 통과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유일 쌍용차 관리인은 "지금 상황에서는 법원의 강제인가를 희망할 수 밖에 없다"면서 "해외채권단과 더 이상의 막후 협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런 가운데 쌍용차 협력사들에 이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강제인가를 요청할 방침이어서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해외채권단 왜 반대했나
씨티은행 등 해외CB 채권단은 9일 쌍용차의 수정 회생계획안마저 거부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쌍용차가 발행한 CB 379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쌍용차 회생담보채권 9200억여원의 41.1%를 차지한다. 해외채권단이 반대하면 이들이 속한 무담보채권단 조의 승인 정족수를 채울 수 없다.
쌍용차가 최근 해외CB 채권단에 전달한 새 계획안은 기존 회생계획안 보다 해외 채권자들의 손실을 줄여주는 방식으로 수정됐다.
원금 면제는 10%에서 8%로 줄이는 대신, 출자전환은 43%에서 45%로, 이자율도 3.25%로 0.25%포인트 상향조정했다.
하지만 해외 CB 채권단은 ▲채권액 10% 면제를 취소하고 출자전환으로 대체할 것 ▲출자전환된 주식을 3대 1 비율로 감자하는 방안 취소 ▲대주주 감자비율을 10대 1로 늘리고 일반주주 감자 비율도 조정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는 이에 대해 형평성 문제 등으로 더이상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새 계획안에 따라 출자전환 비율이 100억원 이상 늘어났다"며 "더 이상 추가 협상은 없다"고 일축했다.
◇ 전문가 "강제인가 가능성 높다"..법원 "모든 가능성 열려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해외 채권단이 오는 11일 관계인 집회에서도 수정계획안 승인에 반대 의사를 재천명할 경우 법원이 강제인가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데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산업은행 등 담보채권자, 주주 등 해외채권단을 제외한 절대다수의 이해관계자들이 이미 회생계획안에 대해 동의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법원이 해외 채권단의 의견을 수렴해 파산 신청을 내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설명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해외채권단도 이제 쌍용차가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오는 11일 현장에서 반대 의견을 접고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또 "공이 법원으로 넘어가더라도 법원은 파급력 등을 감안해 강제인가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게다가 쌍용차 협력사들에 이어 최대 회생담보권자인 산업은행조차 법원에 회생계획안 강제인가 결정을 요청한다는 방침이어서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산업은행 고위관계자는 "빠른 시일내에 회생안이 확정되지 않으면 쌍용차의 정상화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법원에 쌍용차 수정 회생계획안에 대한 강제인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쌍용차에 불확실한 경영 상황이 이어진다면 회사와 채권단 모두 불리해질 뿐만 아니라 국익차원에서도 손실이 크다"며 더 이상 회생안 인가가 늦춰져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부품업체 관계자도 "회생계획안 인가가 거부되면서 금융기관에서 신규대출과 어음 만기연장을 거부하는 바람에 부도 위기까지 내몰린 업체들까지 나오고 있다"면서 "연말 결산 시점이 다가오면서 협력업체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대해 법원은 강제인가와 파산 등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는 만큼, 오는 11일 관계인 집회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을 폈다.
법원 파산부 관계자는 "일단 관계인 집회를 속행해 모든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면서 "만약 이번 집회에서 해외채권단들이 반대 의사를 공식적으로 표명하면 논의를 거쳐 강제인가를 통한 회생계획과 파산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회생계획안을 강제인가를 한 사례는 최근 `신원정공`을 포함해 10여 건 있어 쌍용차도 현장 분위기를 수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일 `신원정공`은 관계인 집회에서 담보권자의 99.8%가 동의했지만 채권자조가 51% 동의하는 데 그쳐 승인 정족수(의결 3분의 2)를 채우지 못했지만, 재판부가 `강제인가`결정을 내려 회생계획 절차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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