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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추세츠주에 거주하는 리카르도 사논(29)과 헤미마 사논(30) 부부는 지금도 그날을 떠올리면 후회막급이다. `처음 장만하는 내집`이라는 마음만 앞섰던 스스로가 원망스러운 것이다.
사논 부부는 최근 전세계 금융시장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파장을 몸으로 체험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을 받은 지 3년도 지나지 않아 이들 부부는 말 그대로 `물밖으로 코만 내놓고 겨우 목숨을 부지하는 상태`(struggling to keep their heads above water)가 됐다.
신용도가 낮은 이들 부부에게 모기지 대출을 내준 회사가 바로 최근 파산이 임박한 2위 서브프라임 업체 `뉴 센추리 파이낸셜`이었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천은 14일(현지시간) 서브프라임 대출을 받았다가 나락으로 떨어진 피해자들을 조명하며 사논 부부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사논 부부가 매사추세츠주 월덤에 위치한 29만달러짜리 집에 마음을 뺐긴 것은 2004년. 그러나 사논 부부가 작정하고 모은 돈은 부동산 거래 수수료에 불과한 단돈 5000달러였다. 열심히 일하고 부지런히 저축하는 것만으로는 어림없겠다 싶었던 이들 부부에게 뉴 센추리의 솔깃한 광고 문구가 눈에 들어온 것은 당연했다.
뉴 센추리 측은 이들 부부에게 먼저 `피기백(1차로 80%를 대출해준 뒤, 나머지 20%를 추가 대출하는 방식) 모기지` 방식으로 5만8000달러의 대출을 승인했다. 나머지 23만2000달러는 또다른 방식을 적용했다.
피기백 모기지 방식으로 빌린 5만8000달러는 문제될 것이 없었다. 상환 기간이 30년인 데다 이자율이 10.7%로 고정돼 있어 매달 538달러 씩만 갚아나가면 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나머지 23만2000달러를 빌린 방식이었다. 처음 2년 동안은 고정금리가 적용되지만 이후에는 변동금리(사논 부부의 경우 6개월마다 이자율이 조정)로 전환되는 대출이었다. 이는 수많은 채무불이행을 불러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를 초래한 원인이기도 했다.
"이자율이 오르기라도 하면 어떻게 감당할 지 막막했지만 회사측에서는 괜찮다고 했어요. 리파이낸싱(고금리 모기지를 저금리 모기지로 갈아타는 것)을 하면 되지 않냐고 하더군요" 간호 조무사로 일하는 헤미마씨의 말이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고, 주택시장이 활황일 때는 리파이낸싱과 주택 매각이 용이하므로 문제가 없었지만 통화정책이 긴축기조로 돌아서고 주택경기가 침체에 빠져들기 시작하자 취약 지점에서부터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소득이 높지 않은 상태에서 고금리 모기지 대출을 받아 쓴 서브프라임 고객들이 제일 먼저 나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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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논 부부도 고금리와 주택경기 부진의 여파에 시달려야 했다. 월 1300달러이던 상환금액이 갑자기 1800달러로 뛰었다. 이들에게 매달 500달러는 적지 않은 돈.
이후로 신용카드 결제일을 넘기는 일이 잦아졌다.
지난해 11월 헤미마 씨가 난산으로 일을 쉬게 되면서 부부는 결국 대출금을 연체하고 말았다. 3월 들어 월 상환액수는 2000달러까지 늘어났다.
원리금을 받지 못한 대출은 연체기간이나 회수 가능성에 따라 분류되며, 회수가 힘든 부실채권은 수익을 갉아먹으며 경영에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하기 때문에 대출기관은 고객에게 지속적으로 빚상환을 독촉할 수 밖에 없다.
"채권업체로부터 압력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연체가 계속되면 집을 압류하겠다는 겁니다." 리카르도 씨의 말이다.
결국 리카르도 씨는 부업을 구해야만 했다. 일주일에 비번일이 단 하루도 없는 고된 일이다. 그렇지만 이들 부부에게 희망의 빛은 보이지 않는다. "집을 지키고 싶지만 현재 형편으로는 불가능할 것 같네요"
한때 내집 마련의 꿈에 부풀었던 사논 부부에게 이제 남은 것은 막대한 연체와 늘어난 한숨 뿐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두려운 이유는 사논 부부처럼 집을 빼앗기고, 앞으로 빚더미 속에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아야 할 미국인들이 자칫 수백만명에 달할 수도 있다는 우울한 전망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