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박철언 전 정무·체육청소년부 장관(전 3선의원)의 두 권짜리 자서전 ‘바른 역사를 위한 증언―5공, 6공, 3김 시대의 정치 비사’가 거침 없는 폭로로 출간과 동시에 세간의 화제다.
“1990년 1월 3당 합당을 전후해 김영삼 당시 통일민주당 총재가 노태우 대통령으로부터 ‘40억원+α’의 정치자금을 받았다.”
박철언 전 장관은 “노 대통령 지시로 1989년 6월 소련 방문을 앞둔 김영삼 총재에게 20억원과 여비 2만달러를 전달했고, 그해 연말 10억원, 90년 3당 합당 직후 10억원 등 40억원 이상을 김 총재에게 직접 건넸다”고 시점까지 세세히 밝히며 주장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호랑이를 잡으러 굴에 들어갔다”고 술회했던 3당 합당은, 당시 여당 민정당과 야당인 통일민주당(김영삼 총재)·신민주공화당(김종필)이 합쳐 민주자유당을 창당하면서 평화민주당(김대중 총재) 고립 구도로 만든 정치적 사건이다.
합당 과정에서 정치자금 수수설이 끊임없이 나왔지만, 관계자의 공식 폭로는 처음이다.
박철언 전 장관은 노태우 대통령 대선 공약사항이었던 중간평가를 유보한다고 89년 3월 발표할 당시 김영삼 총재가 적극 협력했으며, 합당 과정에서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적극적인 역할이 있었다고 밝혔다.
박 전 장관은 YS를 묘사하는 대목에서 ‘방약무인’ ‘막말’ ‘깽판’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박 전 장관은 “책으로 인해 섭섭해 하거나 사이가 멀어지거나 송사에 휘말릴 수도 있겠지만 역사를 위한 바른 기록을 남기기 위해 감연히 펜을 들었다”고 썼다. 2000년 6월 모든 공직에서 물러난 뒤 대필자 없이, 업무 다이어리 20권과 수첩 120권 등 자신이 직접 기록했던 현장 일지를 바탕으로 정리했다고도 밝혔다.
김영삼 전 대통령측은 책 내용에 대해 “금시초문이다. 김 전 대통령에게 앙심을 품어 온 이의 말을 어떻게 신뢰하느냐. 정치적 음해다”라고 반박했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책은 ‘5공 초 쓰리 허의 야심과 실각’ ‘86년 가을 싹쓸이론(친위쿠데타)의 진상’ ‘YS·고르바초프 회담의 진상’ ‘DJP 야권후보 단일화 성사와 결별의 내막’ ‘이건희(삼성)·김우중(대우) 회장 간의 숨은 사연’ 등 폭발력 강한 내용을 담고 있다.
박 장관은 대통령 직선 개헌을 수용한 ‘6·29 선언’에 대해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노태우 민정당 대표에게 먼저 제의했고, 노 대표는 김대중씨를 풀어 줄 것을 전 대통령에게 건의했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