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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맛’과 작별고한 편의점...‘질’ 잡으니 잘 팔리네

박성의 기자I 2017.11.02 11:40:00

CU, 횡성한우 도시락 초도물량 2주만에 동나
GS25, 주문도시락 매출 101.6% 신장
세븐일레븐·이마트24 프리미엄 도시락도 인기
"무조건 싸다고 팔리던 시대 지나"

[이데일리 박성의 기자] 자취생활 2년 차 직장인 전민기(29)씨는 저녁을 편의점에서 먹는 날이 많아졌다. 과거 맛 없고 부실한 ‘불량음식’으로 불리던 편의점 도시락의 질이 그만큼 좋아져서다. 후식도 편의점에서 해결한다. 전씨는 “편의점 먹거리 메뉴도 다양해졌지만 무엇보다 과거에 먹던 그 엉성하던 음식이 아니라 좋다”며 “원두커피나 주스도 싼값에 즐길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전했다.

‘싼 맛’에 즐기던 편의점 음식이 진화하고 있다. 나트륨 함량을 끌어내린 샌드위치부터 최고급 원두를 사용한 커피, 1만원대를 호가하는 최고급 도시락까지 편의점들이 ‘프리미엄급 메뉴’를 연이어 선보인 가운데, 관련 제품들도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횡성한우시리즈 시즌2 상품들 (사진=CU)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지난해 말부터 간편식 품질을 높이기 위해 전국 각 지역 영농조합법인과 협업해 미반류 전 상품에 신동진미(米)를 사용하고 있다. 신동진미는 일반 품종 대비 쌀알이 1.3배나 크고 수분량을 많아 최상의 밥맛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락, 삼각김밥, 김밥에 사용되는 김은 모두 우리나라 최대 김 생산지인 완도에서 생산되는 완도김을 사용한다.

지난 1월에는 고급 식재료로 꼽히는 ‘한우’를 메인으로 하는 간편식 시리즈를 선보였다. ‘CU횡성한우 간편식 시리즈’는 철저한 품질 관리를 통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인증한 1등급 이상 우육(牛肉)을 사용했다. 해당 상품은 출시 초도물량이 2주 만에 동났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CU는 지난 추석 시즌 횡성한우 간편식 시즌2의 물량을 시즌1보다 2배를 늘려 약 30톤을 준비했는데, 출시되자마자 큰 인기를 끌면서 3개월 분량을 1개월 만에 모두 소진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8월까지 ‘김혜자민물장어덮밥’을 판매했다. 민물장어덮밥은 GS25 애플리케이션 ‘나만의 냉장고’에서 도시락 예약 주문을 통해서만 구매할 수 있는 프리미엄 도시락이었다. 1만원이라는 만만치 않은 가격에도 큰 인기를 끌면서, 나만의 냉장고 주문 도시락 중 매출 및 주문 건수 1위를 기록했다. 민물장어덮밥 출시 후 나만의 냉장고 도시락 주문 건수는 직전 동기간 대비 41.8%나 증가했으며, 나만의 냉장고 주문도시락 매출 역시 101.6% 신장했다.

세븐일레븐 ‘맛8 도시락’(왼쪽)과 제대로 ‘내맘대로 도시락’(오른쪽) (사진=세븐일레븐)
세븐일레븐은 지난 7월 출시한 ‘맛8 도시락’과 ‘내맘대로 도시락’이 인기를 끌고 있다. ‘맛8 도시락’은 전국 팔도의 엄선된 유명 먹거리를 담은 한식 메뉴 도시락으로, 소비자에게 ‘제대로 된 한 끼’를 제공하겠다는 게 출시 취지다. ‘내맘대로 도시락’은 밥류와 반찬류가 각 5종으로 총 10가지 메뉴가 별도로 담겨있어 소비자 기호에 맞춰 밥과 반찬을 따로 구성할 수 있다. 세븐일레븐 맛8도시락과 내맘대로 도시락의 최근 매출(10월1일~29일)을 분석한 결과, 출시시점 대비 판매가 각각 39.2%, 45.2% 신장했다.

이마트24에서는 프리미엄 건강식 브랜드 ‘올가니카’과 협업해 간편식을 개발, 지난 8월부터 판매 중이다. 올가니카의 밀박스(도시락류) 4종, 프리미엄 샌드위치 3종, 클렌즈 샐러드 2종 등 총 9가지 제품을 판매한다. 도시락제품은 모두 나트륨 함량이 1일 성인 권장량의 17~24%에 지나지 않는다. 지방함량 역시 1일 권장량의 최소 5%에서 34% 수준만 함유했다. 열량도 145~560kcal로 가벼운 편이다.

올가니카 제품 (사진=이마트24)
올가니카 제품은 이마트24의 직영점 10군데에서 판매를 시작했지만,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어 현재는 직영점과 가맹점을 포함해 총 36개의 매장에서 올가니카 제품을 판매 중이다. 8월 론칭 이후부터 지난달까지 올가니카의 일 평균 매출은 매월 10%씩 증가했다. 올가니카 도시락 제품의 경우 매장 당 일 평균 20여개씩 판매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이마트24는 프리미엄 건강식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고, 점차적으로 점포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마트24가 올해 4월부터 판매한 자체 커피브랜드 ‘이프레소’도 점진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마트24는 브라질 최고급 세라도 원두를 사용해 가격을 낮추면서도, 양질의 커피 맛을 구현하는 데 공 들였다. 일 평균 약 20잔이 판매되고 있다.

편의점사 한 관계자는 “무조건 싸다고 해서 제품이 팔리던 시대는 지났다. 소비자의 취향이 다양해지고 있고, 특히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과거보다 높아진 만큼 상품의 안전도와 질을 유지하는 것이 큰 숙제가 됐다“며 ”다양한 생선초밥 등 고급 먹거리를 갖춘 일본 편의점처럼 국내 편의점도 점차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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