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307년 만에 추진해온 스코틀랜드 분리·독립의 꿈이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19일(현지시간) 실시된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주민투표 개표 결과 독립 반대가 200만1926표(55.3%), 찬성 161만7989표(44.7%)로 최종 집계돼 분리독립 투표가 부결됐다고 스코틀랜드 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했다.
이에 따라 307년 만에 영국 연방과 결별하고 독립국가로서 자립하려던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도전은 무산됐다.
2012년 주민투표 합의 이후 2년간 스코틀랜드를 달궜던 분리독립안이 부결됨에 따라 영국은 연방 분열의 격동을 피할 수 있게 됐다.
막바지 투표전에서 독립 찬성 여론이 심상찮은 상승세를 보이면서 조심스럽게 가능성이 제기됐던 이변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번 선거는 스코틀랜드 주민들이 독립에 대한 열망보다는 실리를 택했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스코틀랜드 주민들은 미래가 불투명한 독립보다는 현재 영국연방 체제를 유지하는 선택을 내린 것이다.
민심은 변화보다는 안정, 민족적·지역적 감정보다는 경제손익 판단에 더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스코틀랜드 독립안이 통과될 경우 예상되던 국제 금융시장과 세계 경제에 대한 후폭풍도 피할 수 있게 됐다.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주민투표가 부결로 확정되면서 영국 파운드화 가치도 큰 폭으로 치솟았다.
◇‘분리·독립’보단 ‘실리’ 택한 스코틀랜드 유권자
영국 연방정부가 내놓은 스코틀랜드 자치권 확대와 분리·독립에 따른 경제적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유권자 마음을 반대 진영으로 기울게 했다.
영국 연방정부는 주민투표 이틀 전인 16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조세권과 예산권까지 일부 이양하는 스코틀랜드 자치권 확대 합의문을 공개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주요 3당 대표들은 스코틀랜드가 영국 연방에 남을 경우 스코틀랜드 측에 세금제도와 재정지출에 자율적 권한을 이양하겠다는 것이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와 영국 연방정부는 올 11월까지 자치권 이양에 대해 논의해 입법 준비작업을 마무리하고 내년 1월 의회에서 입법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선거는 또 분리·독립에 따른 경제 혼란 우려도 크게 작용했다.
스코틀랜드 위스키 업계 등은 분리·독립 주민투표에 앞서 독립에 따른 경제적 혼란이 스코틀랜드 경제와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우려를 잇달아 내놨다.
스카치위스키협회(SWA)는 지난 11일 성명을 통해 스코틀랜드가 분리·독립되면 영국 연방과 유럽연합(EU) 일원으로 누릴 수 있는 혜택을 포기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분리·독립이 결정되면 스코틀랜드는 파운드화 대신 자체 통화를 활용해야 한다. 또 EU 일원으로 EU 역내 무관세 혜택도 사라져 수출 가격 경쟁력이 악화된다.
경제 문제 외에도 국방, 사법, 외교 등 분야에서 풀어야 할 난제가 많아 2016년 3월까지 독립국으로 자립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현실론의 장벽도 높았다.
◇분리·독립 투표 부결 소식에 파운드화 가치 급등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주민투표가 부결로 확정되면서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영국 증시도 상승 출발했다.
현재 런던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파운드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1.6525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하룻밤 사이 1%나 상승했다. 주민투표 부결 기대감에 전날부터 상승한 파운드화의 이틀간 상승폭은 1년만에 최대였다.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주민투표 부결 소식에 영국 증시는 오름세로 출발했다. 영국 대표지수인 FTSE100지수는 현재 전날보다 0.79% 오른 6872.30에 거래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주요국 증시도 상승 출발했다. 독일 DAX지수는 0.59% 상승한 9853.30에, 프랑스 CAC40지수는 0.53% 오른 4488.50에서 움직이고 있다.
크리스 뷰챔프 IG 시장 애널리스트는 “스코틀랜드 독립에 대한 우려가 사라져 버린 만큼 영국시장에서 파운드화 자산은 일제히 안도 랠리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선거로 드러난 분열 극복·치유 과제 남아
이번 투표 결과 스코틀랜드 분리 사태는 막았지만 영국 연방 모습은 이전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게 됐다. 투표과정에 드러난 스코틀랜드 주민의 분리독립 열망은 중앙정부에는 두고두고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로서는 자치권 확대를 약속했지만 민족적·역사적 앙금을 넘어 남북으로 갈린 지역갈등을 해결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10~15년 뒤 다시 스코틀랜드에서 분리 독립론이 제기됐을 때 이를 저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자성론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상당한 자치권을 보장하는 스코틀랜드에 대해 조세권과 예산권까지 주는 자치권 확대 계획이 예고돼 연방 체제 결속력은 급속히 약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따른다.
이와 함께 웨일스와 북아일랜드는 물론 콘월, 컴브리아 지역까지 분리독립 요구가 분출할 수 있다는 점도 영국 정부가 떠안게된 숙제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는 표결에서는 졌지만 상당한 자치권 확대를 약속받아 ‘절반의 승리’를 챙긴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이번 투표 과정에서 독립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대립한 민심을 수습하고 영연방 일원으로 새로운 화합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