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울산=뉴시스】지난 21일 울산에서 열린 바다수영대회에 참가한 20대 발달장애 남성이 수영을 하다 숨진 사고가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유족들은 이 남성이 숨지기 직전 수십 분 동안 이상 징후를 보였는데도 주최 측이 제때 구조하지 않아 사고가 났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6일 숨진 김모(25·발달장애)씨의 유족에 따르면 대구에 사는 김씨는 지난 21일 울산 동구 일산해수욕장에서 열린 바다·핀수영대회에 참가했다가 경기시작 30여 분만에 물에 빠져 숨졌다.
당시 김씨는 출발 부표에서 500~600m 떨어진 바다 위 반환점을 돌아오던 중이었다. 인근에 있던 안전요원이 물에 빠진 김씨를 발견하고 물 밖으로 꺼냈지만 김씨의 몸은 이미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숨진 김씨의 누나 김모(27·여)씨는 “사고 직후 일부 언론에 동생이 호흡 이상을 보이다 구조돼 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졌다고 보도된 것은 사실이 다르다”며 “부검 결과 동생의 사인은 ‘익사’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그는 “부검을 담당한 의사가 ‘1차적 사인은 익사로 급성 심근경색에 따른 것으로 추정되지만 숨지기까진 20~30분 가량 걸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며 “동생은 이미 숨진 상태에서 건져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 여러 사람에게 ‘동생이 경로를 이탈하거나 허우적대는 등 이상징후를 수차례 보였다’고 들었다”며 “하지만 안전요원들은 ‘돌아가라’고만 했을 뿐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약 당시 안전요원들이 동생을 제때 구했다면 죽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결국 동생은 주최 측의 방치 속에 숨진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다만 “대회 참가 신청 당시 장애인이라는 사실은 알리지 않았다”며 “한 달 전 같은 단체에서 주최한 다른 대회에 장애인임을 알리고 참가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 시작 직전 대회 관계자들에게 동생이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렸고 ‘OK 사인’까지 났다”며 “만약 이 점이 문제가 됐다면 주최 측이 경기 시작 전 동생을 빼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또 “동생이 전국체전에도 나간 적이 있고 바다수영대회에도 여러 번 참가한 경력이 있다”며 “수영 실력은 수준급이었다”고 덧붙였다.
유족들은 사고 직후 주최 측의 무성의한 태도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자신들이 주최한 대회에서 사람이 죽었는데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었다”고 주최 측을 비난했다.
이어 “다시는 이런 가슴 아픈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며 “주최 측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사고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뉴시스는 대회 주최 측인 울산광역시수중·핀수영협회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다만 협회측은 홈페이지 알림창을 통해 “이번 대회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점에 대해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해경은 유족 및 대회 관계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 및 주최 측의 과실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