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적인 것은 일부 전공의들이 현장에 복귀해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는 점이다. 그 수가 많지 않지만, 현장에 복귀해 목소리를 내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더 많은 전공의들의 복귀를 기다리겠다면서도 ‘플랜B’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 전공의 근무여건 개선 속도…복귀 움직임
13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100개 수련병원의 약 600명에 가까운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만여명이 이탈한 것을 감안하면 많지 않지만, 복귀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은 의미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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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전공의들이 금주 중 복귀하지 않을 경우 관련 규정에 따라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1년 지연될 수 있다”며 “향후 진로에 불이익이 생기지 않도록 근무지로 복귀하여 의사로서의 본분을 다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공의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업무개시명령 철회나 사직서 수리금지명령 철회 등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는 한 전공의들은 다른 곳에 취업하는 건 어려워지는 셈이다. 대신 정부는 기존에 있던 병원으로 돌아오기를 희망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한 전공의 처우개선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상급종합병원을 전공의가 아닌 전문의 중심으로 전환 추진한다. 전공의 연속근무시간을 현행 36시간에서 24~30시간으로 단축하기 위한 시범사업 참여기관을 모집 중이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전공의 위원을 확대하기 위해 전공의법 시행령 개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박민수 차관은 “전공의들이 눈치 보지 말고 용기 내어 환자의 곁으로 돌아와 주기를 바란다”며 “빠른 시일 내 전공의들에게 체감되는 변화가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의대생들 ‘유급방지책’의 일환으로 대학들이 건의한 ‘의사 국가시험(국시) 일정 연기’ 등의 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현재까지 유급방지책을 제출한 대학은 37개교다. 박 차관은 “6개월 전에 졸업이 예정됐다는 것만 확인되면 국시를 치를 수 있다”며 “9월부터 내년 1월까지 연속 진행되는 과정인데, 이걸 미루면 전체 일정이 다 미뤄져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에 대해 추가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코로나19급 위기 병원에 건강보험 선지급
정부가 전공의 현장 이탈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련병원에 건강보험을 선지급하기로 했다.
‘건강보험 선지급’은 진료 전 일정 규모의 급여비를 우선 지급하고, 추후 실제 발생한 급여비에서 상계 및 정산하는 제도다. 코로나19 위기 당시에도 ‘건강보험 선지급’ 후 사후 정산한 사례가 있다. 의료기관의 자구노력과 함께 엄격한 관리를 통해 사후 정산이 이뤄지므로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부담은 적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전국의 211개 수련병원 중 요건을 충족하는 병원을 대상으로 건강보험 선지급을 시행할 계획이다. △지난 3~4월 중 의료수입 급감 인건비 지급 등 운영상 어려움 발생 △필수진료 유지를 위해 금융기관 자금차입 등 경영난 자체 해결을 위한 자구 노력 실시 △중증환자에 대한 외래·입원 등 진료를 더 이상 축소하지 않고 유지하는 기관 등이 대상이다. 지원 기간은 이번 달부터 7월까지 3개월 간이다. 요건을 충족한 수련병원에 대해서는 집단행동 이후의 진료량 및 급여비 추이 등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를 활용해 기관별 전년 동월 지급받았던 급여비의 30%를 우선 지급할 계획이다. 또한, 엄격한 관리를 통해 2025년 1분기부터 각 기관이 청구한 급여비에서 균등하게 상계하는 방식으로 정산할 계획이다.
박민수 2차관은 “오는 20일부터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신청서를 접수하고 내실 있는 심사를 통해 이르면 5월 내 1차 선지급이 시행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대본은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 심리를 맡고 있는 항고심 재판부에 재판부가 요청한 자료를 포함해 참고될 것으로 판단되는 자료까지 약 50여건을 제출한 상태다.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위) 산하 의료인력전문위원회 자료, 의료현안협의체 보도참고자료, 배정위원회 회의결과, 대학별 의과 대학 증원 수요조사 자료와 의학교육점검반의 활동보고서, 대학별 교육·실습 여건을 파악하기 위한 근거 자료, 의대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정부 지원 계획 등이다.
정부는 법원이 집행정지 판결을 내릴 경우 내년 입시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박 차관은 “그렇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만약에 인용 결정이 난다면 즉시 항고해서 대법원 판결을 또 신속하게 구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