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5천명↑ 하루에 10시간 성착취 협박…이제는 ‘엘번방’

김화빈 기자I 2022.08.31 12:29:25

N번방 최초 폭로 '추적단 불꽃' 사칭해 접근했다
조주빈-문형욱과 달리 닉네임과 계정 계속 변경
"잠깐이라도 대화방 나가면 1분에 80여개 협박문자"

[이데일리 김화빈 기자] “첫 대화가 시작된 뒤 10시간 이상 협박을 받는 동안 피해자는 50개가 넘는 성착취 영상과 사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미성년자 6명에게 SNS로 접근해 성착취물을 촬영·유포하게 만든 제2의 N번방 사건이 3년 만에 폭로된 가운데 이들의 구체적인 범행방식이 알려졌다. ‘추척단 불꽃’은 가해자를 ‘엘’로 지칭했다.

원은지 추척단 불꽃 활동가는 3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엘이) 밤 9시에 시작해 동이 틀 때까지 계속 피해자 분에게 유포하겠다고 겁을 주고 협박했다”며 “(성착취) 영상물을 찍도록 구도나 조도까지 지시하며 협박했다”고 밝혔다.

그는 “엘은 피해자의 사생활이나 개인정보를 온라인에서 보고 ‘당신의 정보가 유포되고 있다’고 메시지를 보내면서 접근했다”며 “(미성년자인) 피해자는 ‘이게 무슨 소리인가’하며 덜컹하게 된다. 엘은 유포되기 전 컴퓨터를 해킹해 잡도록 도와주겠다는 식으로 피해자를 텔레그램으로 유인했다”고 설명했다.

불꽃을 사칭한 성착취범 엘이 보낸 페이스북 메시지 재구성 (사진=alookso)
엘은 피해자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N번방을 최초로 폭로했던 ‘추척단 불꽃’을 사칭했다. 피해자의 나이는 14살에 불과했다.

그는 “(피해자들이) 유출된 정보가 음란한 건 아니지만, 부모님께 알리기 두려워 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며 “지난 1월 피해자가 불꽃 공식 트위터 계정으로 연락을 주셔서 사건을 인지해 추척했다”고 전했다.

이어 “엘은 피해자가 잠깐이라도 대화방 오프라인 상태가 되면 어딜 갔냐는 식으로 1분에 80개의 메시지를 계속 보냈다”며 “텔레그램은 전화 기능도 있어 부모님과 있는 시간대에도 전화를 걸거나 학교·학원에 있을 때도 계속 (연락을 취했다)”고 말했다.

기존 N번방 가해자인 ‘박사 조주빈’ ‘갓갓 문형욱’ 등과 달리 엘은 지속적으로 닉네임과 아이디를 변경했다.

그는 “N번방 박사방 사건 이후 지난해에는 본인들끼리 친목하는 방들이 여러 개가 생겼다. 그 방 관리자들에게 접근해 나도 성착취물이 있으니 끼워달라는 식으로 성착취물을 취급했다”며 “게릴라식으로 대화방을 만들어 유포하거나 일대일 식으로 성착취물을 거래하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적어도 엘이 지난해 왕성하게 활동했을 당시 5000명 이상이 텔레그램 성착취 대화방 생태계에서 활동을 했다”며 “이번 경찰수사도 지난 N번방 때처럼 강하게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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