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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논란...‘통신자료’가 뭐길래, 네이버·카카오는 0건 제출 왜?

김현아 기자I 2021.12.16 11:52:20

①통신자료는 인적사항..감청과는 달라
②네이버·카카오는 0건…반년 동안 통신사 256만 2535건
③2012년 기계적으로 내준 네이버 패소…통신자료 제공 중단
④애매한 법 조항 바로잡아야…사후 통지라도 의무화돼야

출처:진보네트워크센터 홈페이지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 대상이 아닌 언론인과 사회단체 활동가 등의 통신자료를 광범위하게 조회해 민간인 사찰 논란이 일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 6~10월 일간지와 종편 등 언론사 기자 다수를 상대로 50여 회 정도 통신자료를 조회했다. ‘조국 흑서’ 저자인 김경율 회계사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사무처장을 지낸 김준우 변호사의 통신자료도 조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자료란 ‘이용자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와 전화번호, 아이디, 가입 및 해지일 등 통신이용자의 인적사항’을 의미한다.

그런데 공수처는 수사 대상인 주요 피의자의 통화 내역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수사상 관련성 없는 이들은 배제했기 때문에 사찰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수사상 지목하는 특정 시점과 기간에 통화량이 많거나 특이 통화 패턴을 보인 유의미한 통화 대상자만을 상대로 전기통신사업법의 절차대로 수집했다는 것이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지난 14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그러나, 공수처의 설명과 달리 전기통신사업법 자체가 위헌이라는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통신3사와 달리 네이버와 카카오는 수사기관의 요청에도 통신자료(고객의 인적사항)를 내주지 않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헌법재판소가 위헌심판청구를 5년째 뭉개는 사이, 사기업 맘대로 통신자료 제공 여부를 판단하고 당사자는 통지조차 못받고 있어 애매한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①통신자료는 인적사항…감청과는 달라

통신자료는 이용자의 인적사항이다. 이는 통화 내용을 들여다보는 감청(통신제한조치)이나 상대방 전화번호, 통화일시 및 시간 등 통화사실과 인터넷 로그 기록, 접속지 자료(IP주소) 및 발신기지국 위치추적을 의미하는 통신사실확인자료와 다르다.

법적으로도 제공 절차가 다르다. 정보수사기관이 감청이나 통신사실확인자료를 확보하려면 영장(법원의 허가)이 필수적이나, 통신자료는 영장 없이 공문으로 요청하면 받을 수 있다.

바로 전기통신사업법(제83조 3항)에 ‘요청에 따를 수 있다’는 애매한 조항때문이다. 정보수사기관의 장이 재판, 수사, 형의 집행 또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자료 제출을 요청하면 따를 수 있게 돼 있는 것이다.

②네이버·카카오는 0건…반년 동안 통신사 256만 2535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20년 하반기, 전기통신사업자가 경찰, 검찰, 국정원 등에 제출한 통신자료 제출 건수는 256만 2535건(전화번호수 기준)이었다.

비록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3% 감소했다고 하나, 여전히 나도 모르게 수사 기관에게 내 인적 사항을 조회당한 건수(사람)가 250만 명 정도라는 의미다. 이 통계가 반년 기준이니 1년에 500만 명 정도의 국민이 인적 정보를 조회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2020년 하반기, 네이버는 32건을 요청받았지만 처리는 0건이었고, 카카오는 다음 서비스에서 114건을 요청받았지만 0건, 카카오 서비스와 관련해서도 70건을 요청받았지만 제공 건수는 0건이다.

이처럼 네이버와 카카오가 ‘통신자료’를 내주지 않는 일은 2012년부터 계속되고 있다.

③기계적으로 내 준 네이버 패소…통신자료 제공 중단

왜 통신사는 주고, 네이버와 카카오는 주지 않을까.

법 조항이 애매한 탓도 있지만, 2012년 10월 법원의 손해배상 판결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카페 운영자인 A모씨는 2012년 네이버가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의무를 망각하고 기계적으로 통신자료를 내줬다고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A씨 손을 들어준 것이다.

네이버는 투명성 보고서에서 “네이버는 지난 2012. 10월 통신자료 제공에 관한 사업자의 실체적 심사의무 존재여부 확인 및 영장주의 위배 우려 등과 관련한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여 통신자료의 제공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④애매한 법 조항 바로잡아야…사후 통지라도 의무화돼야

김가연 변호사는 “해당 판결 이후 인터넷 기업들은 수사기관에 통신자료 제공을 중단했지만 통신사들은 계속 통신자료를 제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허은아 의원(국민의힘)이 사후 본인 통지를 의무화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통과는 깜깜무소식”이라며 “180석이나 가진 거대 여당이 가짜뉴스 규제에는 적극적이지만 이런 문제는 소극적이다. 전기통신사업법의 관련 조항(영장 없이 통신자료 제공 가능)을 삭제하고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으로 통신자료도 영장주의와 당사자 사후통지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의원이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따르면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30일 이내에 통신 자료의 제공사실·내용·기관 등을 당사자에게 고지하게 하는 한편, 수사에 필요하다면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

통신자료 제공의 적정성을 검토해 연 1회 국회에 보고토록 하고, 통신 자료의 명칭을 통신이용자정보로 명확히 해 수사기관에 의한 개인정보 수집의 남용을 방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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