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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이날 부산 형제복지원 원장 고(故) 박인근 씨의 특수감금 혐의 등 비상상고에 대한 선고기일을 열어 비상상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단순히 법령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전제가 되는 사실을 오인함에 따라 법령 위반의 결과를 초래한 것과 같은 경우는 ‘그 사건의 심판이 법령에 위반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박 씨의 무죄판결을 유지했다.
앞서, 박 씨는 불법 감금 혐의로 기소됐으나 대법원은 1989년 박 씨의 혐의를 두고 당시 정부 훈령에 따른 부랑자 수용이었다며 형법 제20조의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확정했다. 박 씨의 업무상 횡령 혐의만 유죄로 인정된 바 있다.
이후 문무일 전 검찰총장은 2018년 대검찰청 산하 검찰개혁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박 씨 사건을 비상상고했다. 특수감금 혐의를 형법 제20조를 적용하여 무죄로 판단한 것이 법령위반에 해당한다는 취지였다. 형법 제20조는 법령에 의한 행위나 업무로 인한 행위·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재판부는 “원 판결이 이 사건 훈령이 상위법령에 저촉돼 무효임을 간과했다는 사정은, 형법 제20조 적용에 관한 전제사실을 오인했다는 것에 해당한다”며 “그로 인해 피고인의 특수감금 행위에 형법 제20조를 적용한 잘못이 있더라도 이는 전제사실을 오인함에 따라 법령위반의 결과를 초래한 경우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당행위에 관한 원판결 법원의 포섭 판단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고, 형사소송법 제441조 비상상고의 사유로 정한 ‘그 사건의 심판이 법령에 위반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형제복지원 수용자들은 폭행을 당하거나 심지어 죽임을 당하더라도 저항하지 못하고 자기의 불행이 타인의 기분이나 감정에 맡겨진 삶을 살아왔다”며 “문제의 핵심은 단순히 ‘신체의 자유’가 침해됐다는 점보다 헌법의 최고가치인 ‘인간의 존엄성’이 침해됐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또 “법원이 적법한 비상상고 이유에 관해 원칙을 벗어나 비상상고를 쉽게 허용한다면, 확정판결의 확정력과 기판력에 토대를 둔 법적 안정성에 커다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비상상고 신청인이 주장하는 사정을 헤아려 비상상고 이유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법령의 해석·적용에 통일을 도모하려는 비상상고 제도의 의의와 기능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지난해 6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개정으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이 사건의 진실규명을 위한 활동을 재개할 수 있다”며 “위원회 활동으로 규명된 진실에 따라 희생자, 피해자 및 유가족의 피해와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정부의 적절한 조치를 통해 피해자들의 아픔이 치유돼 사회 통합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고도 말했다.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분으로 설립된 형제복지원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12년간 장애인·고아 등 3000여 명의 시민들을 수용하며 강제노역과 학대·성폭행 등을 일삼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확인된 사망자만 550여 명에 육박하며, 일부 시신은 암매장돼 아직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