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민정 기자] 정부가 26일 개성공단에 체류하는 우리 근로자 전원 철수를 감행하기로 했다. 북측이 이날 국방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사실상 우리 측 실무회담 제의를 거부한데 따른 조치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개성공단을 ‘잠정 중단’ 상태로 규정하고 관리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조치가 체류 인원들의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며 개성공단 정상화와 유지에 대한 의지는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이날 “우리 국민의 보호를 위해 개성공단 잔류 인원 전원 귀환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류 장관은 “북한이 개성공단에 대해 통행을 차단하고 근로자 일방적으로 철수시킴으로서 10년동안 운영된 개성공단 가동이 불가능하게 됐다”며 “정부는 그동안 개성공단 문제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그럼에도 북한은 우리의 대화 제의에는 응하지 않으면서 개성공단 운영을 중단하는 조치를 지속하고, 우리 기업인들의 방북마저 불허했다”고 말했다.
류 장관은 “북한의 부당한 조치로 개성공단에 체류하는 우리 국민들의 어려움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정부는 우리 국민 보호를 위해 잔류인원 전원을 귀환시키는 불가피한 결정을 내리게 됐다”며 “북한 당국은 남북 간 기존 합의와 개성공단 관련 법령에 근거하여 우리 국민들의 안전한 귀환을 보장하고, 입주 기업들의 재산을 철저히 보호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입주 기업들이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계속해 나갈 수 있도록 범정부적인 지원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 9일 북한 측 생산직 근로자 5만여명을 철수시키면서 사실상 개성공단에서 운영 중인 공장 가동이 멈췄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우리측 직원 170여명만이 현지에서 제품과 자산 관리 등을 하며 머물고 있었지만 북한이 남측 인원의 방북을 막으면서 식자재 반입조차도 실생활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남측이 회담을 제시하는 등 북한이 정상화 조치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자 정부는 체류 인원 전원 철수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두고 어깃장을 놓고 있지만 폐쇄까지는 쉽게 할 수 없을 것으로 정부 안팎은 내다보고 있다. 개성공단이 김정일 유훈으로 만들어진데다 개성공단 근로자 임금 등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북한 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측이 남한 근로자 철수까지 감행하며 개성공단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면 북측이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정부 당국자는 “귀환 절차와 관련해서는 북측과 논의 중”이라며 “현재 체류중인 176명의 인원이 무사히 귀환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에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고 이미 제의한 상태며 개성공단 문제를 대화를 통해 정상화해야 한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 국방위원회는 26일 정부의 개성공단 실무회담 제의와 회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중대 조치’를 경고한 것에 대해 ”남조선 괴뢰패당이 계속 사태의 악화를 추구한다면 우리가 먼저 최종적이며 결정적인 중대조치를 취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반발하며 사실상 우리의 회담 제의를 거부했다.
국방위원회는 이날 정책국 대변인 담화에서 ”북남관계를 전쟁국면에 몰아 넣은 주범들이 기만적인 당국간 회담설이나 내돌리며 우리에게 최후통첩식 중대조치라는 것을 운운해 댄다면 그것은 최후 파멸만 촉진케 할 뿐“이라며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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