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 경영권을 두고 2023년 2월 7일부터 3월 12일까지 카카오와 하이브는 ‘1조원 대 쩐의 전쟁’을 벌였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인 12만 원보다 높게 끌어올리는 시세 조정에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시세조정 혐의를 받는 원아시아파트너스가 SM엔터 주식을 사들일 때 카카오와 공모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지창배 원아시아 파트너스 대표와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는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에 앞서 구속됐으며, 현재 보석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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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배재현, 관련자 진술 달라
검찰은 최종 책임자인 김 위원장의 승인이 없이는 그룹 차원의 주식 매입이 불가능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2023년 2월 김 위원장이 포함된 투자심의위원회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시세 조정을 암시하는 대화가 오갔으며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 투자전략 부문장이 검찰 조사에서 김 위원장이 주가 조작을 승인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김 위원장의 스타일에 따라 사후 보고로도 승인이 이뤄졌기 때문에 보고 없이 일을 진행했다고 진술한 점과 ▲이준호 전 부문장의 진술 신빙성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준호 전 부문장과 배재현 전 총괄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배 전 총괄은 “불법이 아닌 정상적인 수요에 기반한 장내 매수였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카카오와 하이브 간에 SM엔터테인먼트를 두고 벌어진 ‘쩐의 전쟁’ 과정에서 자본시장법 위반이 있었는지, 주가 조작이 있었다면 김 위원장이 이를 알았는지는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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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만 백기사로 등장한 하이브, 과열 책임은 누구?
업계에서는 작년 초 한 달여 동안 진행된 카카오와 하이브의 ‘SM 인수 전쟁’이 화를 불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래 SM 경영진들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전략적 제휴를 모색해왔으나, 하이브가 참전하면서 사실상 지분 확보 전쟁이 시작됐다.
김범수 위원장은 초기에는 SM엔터의 공개 매수를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SM엔터에 대한 주주 행동주의 캠페인을 진행하며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경영 퇴진이 주요 이슈였다. 그래서 김 위원장은 공개 매수보다는 이수만 전 총괄의 지분 인수를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미학과 91학번)도 SM 인수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서울대 총동문회 회장의 추천으로 하이브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농공학과 71학번)의 지분을 인수하게 되면서 하이브와 SM이 강력한 연합을 형성하게 됐다.
카카오가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SM 주가를 조작했는지 여부는 추가 수사와 법원의 판단을 지켜봐야겠지만, 적어도 김범수와 방시혁 두 사람이 처음부터 SM엔터 인수에 관심을 두진 않았던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대 총동문회장이 방시혁 의장을 불러 ‘창업자를 그렇게 내보내는 건 아니다’라고 하이브를 지분 전쟁에 참전시켰고, 이로 인해 카카오와의 과열 경쟁이 주가 조작 논란으로 이어지게 됐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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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카카오, 웃는 하이브, 투자자 피해는 시각차
SM엔터테인먼트를 둘러싼 카카오와 하이브의 전쟁에서 카카오가 승리했지만, 1년 반이 지난 지금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카카오는 1조 2500억 원을 지불하고 SM엔터 지분 35%를 인수했지만, 총수 구속이라는 사태를 맞았다. 반면, 하이브는 이수만 전 SM엔터 총괄 프로듀서로부터 사들인 지분(14.8%)을 카카오그룹에 넘기면서 약 1000억 원의 수익을 얻었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양사의 지분 전쟁 속에서 카카오가 시세를 조정해 SM엔터 주가가 급등락하면서 일반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봤다는 것이 금융감독원과 검찰의 시각이다. 카카오의 시세 조정 혐의로 인해 주가 급등락 과정에서 일반 투자자들의 합리적 투자 판단이 저해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SM엔터 주가가 11만 원 대까지 급락한 것은 하이브가 SM 인수를 포기한 2023년 3월 12일 이후였기 때문에, 금융감독원이 시세 조정 행위가 일어났다고 의심하는 2월과는 시기적 차이가 있다는 반론도 있다. 즉, SM엔터 주가 급락은 경영권 분쟁 프리미엄이 사라진 뒤였기 때문에 투자자 피해와 직접적인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 부분 역시 재판을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