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날 학부모들 발걸음은 종교시설로
불교 신자, 두 손 합장한 채 불공 드려
교회에선 찬양·기도…"솔로몬의 지혜를"
'떨지 않고 차분히' 모두가 간절한 마음
[이데일리 황병서 이유림 기자]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 16일 아침부터 서울시내 절과 교회 등 종교시설에는 수험생들의 선전을 기원하는 기도회가 열렸다. 다소 쌀쌀하고 흐린 날씨에도 자녀가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길 바라는 부모들의 간절한 마음만큼은 뜨거웠다.
|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지는 16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불교 신자들이 수험생을 위한 초를 올리고 있다. (사진=황병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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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8시 40분께 서울 종로구 조계사는 수험생을 가족으로 둔 일가친척들로 붐볐다. 외부 주차장은 일찌감치 가득 찼고, 조계사 경내에는 두 손을 모아 합장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모였지만 목탁 소리가 섞인 불경을 외우는 소리만 들릴 뿐 분위기는 엄숙했다. 외부에 설치된 천막 안에서도 사람들이 선 채로 두 손을 합장한 모습으로 불공을 드리고 있었다.
수험생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적는 공간에는 수많은 게시물이 빼곡하게 걸려 있었다. 게시물에는 ‘수능 잘 봐! 부처님이 지켜 주신다’, ‘수능대박 원하는 대학 합격 발원’, ‘모든 좋은 행운이 나에게 오길 바라’, ‘훌륭한 인재로 성장, 훌륭한 의사가 되기를 심중 소구 소망 하옵니다’와 같은 내용이 담겨 있었다.
조계사 한쪽에는 ‘수능 대박 기원초 공양’도 준비돼 있었다. 수험생을 일가족으로 둔 부모 등은 초를 켜 지정된 자리에 놓은 뒤 두 손 모아 기도를 올렸다. 서울 은평구에서 왔다는 70대 김모씨는 “손자가 이번에 수능 시험을 보는데 잘 봤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무사히 풀고 나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를 올릴 예정”이라고 했다. 아들이 이번 수능을 보는 50대 이모씨는 “이 근처 학교에서 아들이 시험을 보게 돼서 데려다 주고 조계사로 오는 길”이라며 “딱히 종교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오늘 같은 날 아들을 위해 기도 드리고 싶어 왔다”고 했다. 강북구에서 왔다는 70대 한모씨는 “손녀가 원하는 대학에 들어갔으면 좋겠다”면서 “시험이 끝날 때까지 불공을 드리면서 기다리려고 한다”고 했다.
|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지는 16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설치된 부스에 응원 문구가 붙어있다. (사진=황병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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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도 수험생이 시험을 잘 치르길 기원하는 기도회가 열렸다. 시험 시간에는 기도를, 쉬는 시간에는 찬양을 하는 일정이 반복됐다.
이날 대성전에는 약 300명이 넘는 신도들이 모였다. 좌석에는 수험생의 이름과 지원분야가 적힌 기도 카드가 부착돼 있었다. 천문학과 진학을 바라는 수험생 유모 군은 “하나님께 쓰임 받는 삶이 되도록”이라고, 간호학과 진학을 바라는 김모 양은 “하나님과 동행하며 삶을 살도록”이라고 각각 적었다. 이영훈 담임목사는 “시험이 전부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 보는 것은 중요하다”며 “하나님께서 가장 최선의 길로 인도해 주실 줄 믿는다”고 말했다.
신도들은 기도회가 진행되는 동안 큰 소리로 주기도문을 외우거나 하늘을 향해 팔을 뻗으며 간절히 기도했다. 목회자들은 예배당을 돌아다니며 안수를 했고, 일부 학부모는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훔쳤다.
서울 마포구에서 왔다는 학부모 부부는 “아침에 아이를 수험장에 데려다주고 바로 왔다”며 “솔로몬과 같은 지혜가 내려졌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광명에서 왔다는 60대 이모 씨는 “지인 중에 수험생 자녀가 있어서 기도하러 왔다”며 “힘들게 공부했는데 잘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지팡이를 짚고 온 80대 황모 씨는 “손자가 오늘 수능인데 떨지 않고 담대하게 풀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 대성전에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위한 기도회’가 열렸다. (사진=이유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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