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KT 이어 네이버 견제 나선 유럽 최대 연기금 APG

김근우 기자I 2023.06.19 16:10:21

"네이버 상호주 가장 많아…주주 권리 침해"
미래에셋·CJ·신세계 등과 지분 교환 ''동맹''
KT에도 문제 제기해 정관 변경 이끌어 내

[이데일리 김근우 기자] 800조원 이상의 운용자산을 굴리는 유럽 최대 연기금인 네덜란드의 연금자산운용(APG·All Pension Group)이 KT(030200)에 이어 네이버에 대한 견제에 나섰다. ‘상호주’가 경영권 우호지분으로 악용돼 소액주주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상호주는 자기 주식 매각이나 교환의 방법으로 보유하게 된 서로의 회사 주식을 말한다.

19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박유경 APG 아시아태평양 책임투자 총괄이사는 국내 한 언론와의 인터뷰에서 “네이버는 국내 기업 중 상호주가 가장 많다”며 “기업이 상호주를 형성하면 전체 지분 구조에서 소수 주주의 비율이 줄어 주주 권리가 침해된다”고 밝혔다. APG는 네이버에 대한 주주관여 활동을 하는 단계로, 이 활동을 다른 신생기업들로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네이버는 국내 상장사 중 가장 많은 상호주를 보유한 기업으로 나타났다. 경제개혁연구소가 지난 1월 발표한 ‘자기 주식 매각을 통한 우호 주주 확보사례’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2년까지 자사주 거래를 통해 우호 주주를 확보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네이버의 자사주 거래 건수(7건)와 거래금액(1조4872억원)이 가장 많았다.

네이버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미래에셋증권, CJ그룹, 하이브, 신세계그룹, 카페24 등과 수천억원씩 상호주 거래를 진행한 바 있다. 네이버가 단행한 상호주 거래의 목적은 ‘전략적 제휴’ 또는 ‘사업협력’ 등으로 공시됐다.

네이버가 지분 교환 형태로 지속적으로 상호주 거래를 맺는 것은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지분이 지난해 말 기준 3.74%로 비교적 낮은 편이라는 점과 무관치 않다. 이해진 창업자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8.45%)과 2대 주주인 블랙록(5.05%)에 이은 3대 주주에 자리하고 있다.

박 이사는 “4월 초 네이버에 문의해 상호주를 맺어야 했던 배경에 대해 들었다”며 “현재는 네이버가 진정으로 상호주를 형성할 수밖에 없었는지 평가 중”이라고 말했다. APG의 네이버에 대한 주주관여 활동의 자세한 내용은 내년 상반기 공개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APG는 앞서 KT의 상호주 거래를 문제 삼기도 했다. KT는 사업 제휴 강화를 이유로 현대차그룹, 신한금융그룹과 각각 7459억원, 4375억원 어치의 주식을 교환하는 형태로 상호주 거래를 맺은 바 있다.

이에 APG는 올 초 주주총회를 앞두고 상호주 거래가 많다는 이유로 KT에 정관 변경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에도 나섰다. KT가 이를 받아들여 국내 상장사 중 처음으로 상호주를 가지게 될 경우 주총 승인을 받도록 정관을 변경하자 APG는 주주제안을 철회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