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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석유·천연가스 수출로 얻은 노르웨이 정부 순수입이 1조3156억크로네(약 166조원)로 집계됐다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너지 수출로만 정부 1년 예산의 약 20%를 충당할 수 있는 규모다. 이는 2021년(3050억크로네·약 38조원)보다 네 배 넘게 늘어난 액수다. 노르웨이 국영석유 회사인 페로토도 지난해 약 500억달러(약 65조원)에 이르는 수익을 거둬 전년보다 실적이 세 배 가까이 뛰었다.
이처럼 노르웨이 석유·천연가스 산업이 ‘호황’을 누린 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침공하자 유럽연합(EU) 등은 러시아 돈줄을 죄기 위해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사실상 중단했다.
자연스레 러시아 다음으로 유럽에서 두 번째로 석유를 많이 생산하는 나라였던 노르웨이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EU 회원국들은 노르웨이에 에너지 생산·수출 확대를 요청했다. 특히 독일과 벨기에 등으로의 수출이 두드러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유럽 천연가스 시장에서 노르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30%까지 커졌다.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는 “유럽에서 노르웨이가 기여할 수 있는 건 가스 수출을 유지하고 이를 증산하는 것”이라고 NYT에 말했다.
다만 노르웨이 안에서 이런 호황을 환영만 하는 건 아니다. 환경단체에선 노르웨이가 전쟁을 틈 타 화석연료 생산을 늘리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석유·천연가스에 대한 투자 확대가 신재생에너지 산업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린피스 노르웨이에서 활동하는 프로드 플레임은 “노르웨이는 유럽을 진짜 기후 문제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판했다. 울프 스베르드업 노르웨이국제문제연구소 이사는 “노르웨이의 미래를 위해선 (신재생에너지 중심) 유럽의 미래 에너지 시스템에 맞춰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가가 하락하면 이번 호황이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너지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 상황에선 이를 회수하기 위해선 지금 같은 시장 상황이 이어져야 한다. 유전·가스전의 경우 투자 비용을 회수하기까지 수십년이 걸린다. 실제 노르웨이의 석유 산업 중심지인 스타방에르는 과거 저유가로 인해 10여년간 지역 경제 침체를 겪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