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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훈아를 놓아주자"

박지혜 기자I 2020.10.05 11:18:50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나훈아를 놓아주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올 추석 연휴를 평정한 ‘가황’ 나훈아의 발언에 술렁인 정치권을 향해 한 말이다.

조 교육감은 지난 4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이같이 밝히며 “나훈아 쇼가 끝난 후 정치권에서 나훈아의 명성과 무대의 효과를 ‘전유’하려는 언술들이 있다”고 했다.

그는 “나훈아는 드물게 긴 삶의 여정을 올곧게 지키고 한 우물만 파면서 레전드(Legend·전설)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라며 “그의 한 마디가 지금 첨예한 정치적 갈등의 소재가 되는 것은 그의 레전드적 삶에 흠집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 교육감은 나훈아가 지난달 30일 KBS2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에서 한 말을 되새겼다.

나훈아는 “저는 옛날의 역사책을 보든 제가 살아오는 동안에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본 적이 없습니다”라며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가 생길 수 없습니다”라고 했다.

조 교육감은 “그가 현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내용을 전달하고자 했다면 나는 가수도 현실 정치에 대해 비판적 발언을 할 수 있는 사회가 성숙한 사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담담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 교육감은 나훈아의 “우리 국민들은 위대합니다. 코로나도 반드시 이길 것입니다. 지치지 마십시오”라는 발언을 내세우며 “보통 국민이 나라를 지켰고 지금도 국민의 힘으로 코로나를 이기고 있다. 이겨야 한다는 메시지로 순순하게 받아들이면 좋겠다”고 해석했다.

이어 “이것이 한국의 민주주의가 ‘성숙’한 민주주의로 가는 징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조 교육감은 또 “정치적 위정자나 경제적 재벌가의 사람과 달리, 문화예술계의 사람들이 당당하게 살아가는 것, 그리고 정치인이나 기업인에게서 배울 수 없는 것들을 우리 범인들이 배우는 사회가 바로 다원화된 사회이고 그 다원성이 민주주의 성숙의 한 징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니 ‘나훈아를 나훈아로 놓아두자’. 나훈아를 우리의 가황으로, 가수 레전드로 놓아두면 좋겠다”며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언술을 자기 방식대로 ‘전유’해서 정치적으로 편협하게 활용하는 것은 나훈아를 국민가수에 정파적 가수로 협애화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KBS 2TV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방송 캡처
나훈아의 공연 중 발언을 둘러싸고 연휴 내내 정치권에선 공방이 이어졌다.

나훈아가 정치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위정자’와 공영방송인 KBS를 언급하자 야권이 먼저 반응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일 의원총회에서 “추석 전날 가수 나훈아 씨가 우리의 마음을 속 시원하게 대변해줬다“며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가 생길 수 없다“고 치켜세웠다.

반면 여당은 야권이 가수 나훈아의 발언을 아전인수(제 논에 물 대기) 식으로 해석한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도 “나훈아의 말이 문재인 정권에 대한 비판 민심인 것처럼 난리”라며 “감사한 말을 ‘정치’가 아닌 ‘정쟁’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정치인들의 아전인수식 해석이 놀랍다”고 비판했다.

연휴가 끝난 5일에도 정치권에서 나훈아의 발언이 쓰였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이날 SNS에 “야당이 제대로 좀 분발 했으면 한다”며 “나훈아 선생의 반만이라도 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오전 서면으로 진행한 상무위원회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국민의 고단하고 허탈한 마음을 위로해주신 가수 나훈아 씨에게 감사드린다”고 전하기도 했다.

심 대표는 “가수 나훈아 씨 공연에 대한 국민들의 열광은 민생을 내던지고 정쟁에 몰두한 정치에 내려치는 죽비소리”라면서 “정치가 국민들께 힘을 드리지 못했다는 것에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제라도 정치권이 특권과 비리로부터 독립하고 내로남불 편 가르기 정치를 벗어나 어려운 국민들을 어루만지고 재난시대의 안전한 삶을 극복해가자는 믿음을 드려야 한다”며 “정의당은 민생에 일로매진하라는 추석 민심을 더 큰 책임감으로 받아 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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