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전 총리는 지난달 30일 출간한 ‘고건 회고록 공인의 길’에서 ‘대통령 권한분산형 개헌’을 주장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우리는 오랫동안 대통령중심제를 학습해왔고, 남북 대립관계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이 내각책임제니 뭐니 새로이 학습을 시작하면 오래 걸린다. 기왕에 대통령제를 학습해오면서 ‘이런 점은 잘못됐구나’ 느꼈던 것을 고치는 것이 좋다”며 “몇십 년 해오던 걸 수선해서 써야지, 새집을 짓는다고 나서면 집 짓다가 만다”고 지적했다.
이원집정부제도에 관해서도 그는 “내치와 외교, 국방을 구분한다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어떻게 구분이 되나. 이원집정부제에서 내치와 외치를 구분한다는데 그게 가능한가”라고 반문하며 “꼭 이원집정부제도라고 이름 붙일 일이 아니라 우리가 학습해오면서 느꼈던 것을 고쳐 나가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총리의 역할 재조정에 대해 “총리는 정치적 지분이 있는 주주형, CEO(최고경영자)형, 집사형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대(對)국회 관계에서는 정무형, 내각과의 관계에서는 행정형, 국민과의 관계에서는 통합형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예부터 총리를 일인지하(一人之下), 만인지상(萬人之上)이라 불렀는데 일인지하는 맞지만, 국민과의 관계에서는 만인지중(萬人之中·萬人之衆)이라 생각했다”며 “내 아호가 우민(又民)이다. 관을 그만두면 또다시 백성, 또다시 국민이라는 뜻이다. 총리가 국민 위에 있는 만인지상이 아니라 국민의 한가운데 있는 사람, 국민 속의 한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개헌이 내각제·이원집정부제로 가는 게 아니라 중임제 등 대통령제를 개선하는 차원이라면 국무총리가 아니라 ‘국무조정총리’로 역할을 제도화해야 한다. 해임건의도 해임제청권으로 헌법에서 바꿔서 해임을 제청하면 대통령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국무위원 임명제청권도 서면으로 제도화하라”고 제안했다.
이어 “제일 중요한 건 총리와 내각의 인사권을 분점 시키는 것이다. 지금은 청와대가 모든 인사권을 가지고 있기에 엄청난 줄서기 인사이다. 각 부처의 국장급까지도 전부 줄서기를 한다”면서 “그러니까 행정 각부의 실·국장급 인사권은 총리와 각부 장관에게 부여해야 한다. 이를 헌법에 넣어도 좋고, 법에 넣어도 좋고 법적으로 해야 작동한다”고 덧붙였다.
고 전 총리는 국무총리 2번,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사건 당시 권한대행, 서울시장 2번, 장관 3번, 37세의 나이에 최연소로 전남지사를 역임했다. 그는 2013년에 출간한 서적 ‘국정은 소통이더라’가 2015년 메르스 사태와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을 겪으며 매진되자 언론 대담 내용 등을 추가해 이번 회고록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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