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섭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소아선천성심장질환이나 자가면역질환에 묻혀 조기발견되지 않는 폐동맥고혈압 환자가 적잖다”며 “순환기내과는 물론 소아과, 류마티스내과, 호흡기내과 등에서 특별한 이유없이 숨이 찬 환자에 주목하고 심장초음파검사로 폐동맥고혈압 환자를 조기에 선별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30대 후반의 한 다운증후군 여성 환자를 예로 들었다. 이 환자는 증후군의 합병증으로 심방중격결손과 폐동맥고혈압을 갖고 있었으나 20대 후반에야 발견됐다. 다운증후군은 말이 어눌해 의사표현 능력이 떨어지고, 미간이 넓은 등 특징적인 외모를 갖고 있어 내과적 합병증에 대해서는 의사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경우가 많다. 김 교수가 이 환자를 입원시켜 심도자술로 검사해보니 아이젠맹거증후군은 아닌 것으로 판명됐으나 중격결손 범위가 워낙 넓어 수술이 어려운 상태였다. 다행히 수술이 잘 됐으나 다운증후군에 의한 선천성심장질환은 한두 번의 수술로 완치되지 않고 평생 지속적으로 악화될 화근을 안고 있다. 폐동맥고혈압도 성인기 이후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양상을 보인다.
폐동맥고혈압은 폐동맥의 평균혈압(안정시)이 25㎜Hg 이상인 것을 말한다. 폐동맥은 전신을 돌고 온 혈액을 가스교환 (이산화탄소 배출 및 산소 흡입)을 위해 폐로 흘려보내는 통로 역할을 한다. 폐동맥고혈압은 숨이 찬 것 외에는 특이한 증상이 없어 조기발견에 실패하면 5년 생존율이 40%에 불과하다. 말기에 발견되면 6개월 후에 사망할 정도로 위험하다. 20년 전만 해도 5년 생존율도 34%에 불과했으나 약물치료 발전으로 지금은 50%를 넘어서고 있다.
아이젠맹거증후군은 폐동맥고혈압이 종국에 이른 상태로 심장과 폐에 문제가 생겨 폐동맥혈압이 전신혈압에 육박하고, 폐로 혈액순환이 안돼 숨찬 증상이 심해지며, 정맥혈이 동맥혈로 유입돼 위험하고, 출산이나 수술을 계기로 사망할 확률이 50%에 이를 정도로 위험하다.
김 교수는 “뇌졸중, 급성심근경색 못지 않게 폐동맥고혈압에도 골든타임이 강조된다”며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절반이 돌연사하고, 또 나머지 절반은 심부전으로 사망한다는 추정을 감안하면 초기에 발견해 약물치료로 이런 위험을 낮추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류마티스내과에서 수족궤양을 동반한 전신성경화증으로 진단된 40대 중반의 한 여성에서도 5년 전에는 폐동맥혈압이 정상이었다가 최근 평균 폐동맥압이 22㎜Hg 수준으로 상승돼 추적 관찰 중”이라며 “여성이면서 류마티스관절염, 루푸스, 전신성경화증 같은 자가면역질환을 갖고 있다면 폐동맥고혈압이 발병하는지 관심을 갖고 추적 검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가 2012~2015년에 계명대·경북대·영남대·대구가톨릭대 부속병원과 파티마병원 등 경북권 폐동맥고혈압 환자 19명을 분석한 결과 여성이 16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평균 나이는 58세였다. 이들은 ‘보센탄’이란 약물로 6개월 이상 치료한 결과 6분걷기거리(6MWD, 400m이상이면 양호)가 50m 이상 향상되고, 우심실 이완기혈압이 개선되는 등 호전됐다.
최근엔 ‘마시텐탄’처럼 A형, B형 엔도텔린수용체를 모두 차단(폐동맥 이완)하고, 간 부작용이 적으며, 투약 횟수를 1일 1회로 줄인 진보된 약이 나와 기존 약을 대체하거나 다른 기전의 약물과 병용 투여되는 추세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 3000~5000명의 폐동맥고혈압 환자가 존재할 것으로 의학계는 추산하고 있는데 대구는 인구 비중으로 볼 때 120~200명의 환자가 진단돼야 하는데 실제로는 100명 정도만 치료를 받고 있어 절반 가까운 환자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의료수준의 평준화로 이젠 지역거점병원에서도 충분히 폐동맥고혈압을 치료할 수 있게 됐고, 나이들수록 수도권 원정진료는 환자에게 체력적·심리적·경제적으로 부담되는 만큼 안심하고 치료에 임하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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