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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진 좁은 골목, 압력만 '5톤' 도미노…질식, 혈복강 사망

박경훈 기자I 2022.10.30 17:49:26

최악 참사, 사망자 상당수 질식사 추정
현장서 구조활동 "구조 나섰을 때 이미 질식 사망"
"의식 잃는데 30초, 6분 지나면 질식 상태"
복부 압박으로 내부 장기 파열→과다 출혈 사망도 많아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최악의 압사 사고인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사망자 상당수는 질식사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중 일부는 5t(톤)의 압박까지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내장 파열에 의한 복강 내 출혈, 다발성 손상 등도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 과정에서 질식사까지는 단지 6분밖에 걸리지 않아 대규모 인파가 모였던 이태원 골목에서 원활한 구조, 응급처치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지난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아 인파가 몰려 사고가 발생했다. 30일 새벽 현장에 급파된 119 구급대원들이 희생자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9일 이태원의 한 골목에서 발생한 대규모 참사는 사람 사이의 압력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즉, 압력으로 인해 사람들이 서로 기대고 미는 힘에 의해 질식하게 된 것이다. 특히 해당 골목은 고작 4m로 폭은 좁고, 경사로여서 더욱 피해는 컸다.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장은 “한 사람을 50㎏ 정도로 보고 100명이 있으면 5t(톤) 정도가 되는데 이 가운데 한 사람이 무너지게 되면 도미노처럼 계속 무너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무너지기 시작하면 관성이 붙기 때문에 넘어지는 순간 각각의 사람들을 연속적으로 받치지 않는 한 계속 사고가 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 현장에서 밤새 구조활동을 벌인 홍기정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대규모 인파의 압력에 의한 압사 사고여서 구조에 나섰을 당시 이미 상당수가 심폐소생술(CPR)에도 깨어나지 못할 정도로 질식해 사망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압사 사고와 같은 대규모 재난에서 가장 중요한 응급의료 지침은 회생 가능성이 심정지 상태까지 가지 않은 사람, 즉 회생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우선 살리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미 질식으로 저산소성 뇌 손상이 온 경우가 많아 현장에서 응급조치의 한계가 컸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세계적 힙합 스타 트래비스 스콧이 개최한 콘서트장에서 압사 사고가 발생해 10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다친 바 있다. 케이시 스틸 영국 서퍽 대학의 대중 과학 객원 교수는 “의식을 잃는 데 30초가 걸리고 약 6분 정도 지나면 압박성 또는 제한성 질식 상태가 된다”며 “일반적으로 사망 원인은 압사가 아니라 질식사”라고 말했다.

이밖에 복강 내 혈액이 고이는 ‘혈복강‘으로 사망한 사례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복부 압박이 심해져 내부 장기가 파열되고, 이로 인한 과다 출혈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태원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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