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변경 사유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신탁원본 회수실적이 심각한 수준으로 급격하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세계적인 팬데믹으로 확산된 2020년 3월 이후, 대부분 국가가 강력한 입국제한 조치를 시행하며 회수실적 감소세가 전월보다 심화됐다.
지난달말 기준 대한항공의 항공운임채권 ABS 발행 잔액은 1조3200억원에 달한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4688억원 수준이다.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3월 4주차 기준으로 전 세계 181개국의 한국발 입국금지·제한조치에 따라 국내 항공사의 국제선 여객수는 96% 급감했고, 국내선 여객수 또한 60%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3월 한 달의 항공운임채권 회수실적 감소율은 전년 동월 대비 대한항공은 68~84%, 아시아나항공은 42~99% 수준으로 나타났다. 또 제2종 수익 가지급 중단 상태에 있는 SPC도 있다. 2종 수익 가지급 중단은 항공운임매출이 들어올 경우 일정부분 회사(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측에 지급하던 현금 지급을 중단했다는 의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현금 유동성은 더욱 빡빡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뿐만 아니라 회수실적 저하는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며, 회복의 시점 및 속도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다. 시차를 두고 대부분 주요 국가에 대규모 감염이 확산되고, 엄격한 수준의 이동제한 및 사회적 거리두기가 세계적으로 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도선 한신평 연구원은 “일시적으로 일부 국가에 그 영향이 국한됐던 사스, 메르스 등의 감염병 사태 당시 대비 항공수요의 위축기간은 길어질 전망”이라며 “현재의 확진자수 추세 및 전례 없는 수준의 사회적·경제적 영향을 고려할 때 회복 시점이나 속도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또한 과거 감염병 사태 전후로 관측된 6~7개월 이내의 수요회복이 이번 코로나19 사태에는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IATA는 이번 사태 이후의 수요 회복이 과거 감염병 사태에 비해서 느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히며, 각국의 코로나19 확산 시기 차이, 글로벌 경기 침체 등이 이동제한 완화 이후에도 항공수요 회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조병준 한신평 연구원은 “ABS 원리금의 일차적인 상환재원이 신탁원본으로부터의 현금흐름에 의존하는 구조화금융의 특성상 심각한 회수실적 저하, 회복의 시점 및 속도 관련 불확실성으로 인해 ABS 원리금 상환의 안정성이 일정 수준 저하됐다”고 판단했다.
한편 한신평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신용도 변화 요인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사태의 진행과정, 회수실적 추이, 회수실적 변동에 대한 대응 등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제1종 수익 조기지급 개시는 신탁계산기간 기준으로 연속된 3개월의 회수실적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조기지급 트리거(trigger·계기) 작동 방지를 위하여 추가신탁, 신탁계약의 변경 등을 통해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연구원은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은 추가신탁, 신탁계약 변경 등 제1종 수익 조기지급 개시 방지 및 ABS 원리금 상환의 안정성 제고를 위한 조치를 일부 SPC에 대해 완료했다”며 “나머지 SPC에 대해서도 유사한 조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김 연구원은 “대한항공도 ABS 원리금 상환의 안정성 제고를 위한 조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다만 항공운임채권의 지속적인 발생 및 회수 가능성은 코로나19 사태 전후의 변화, 초과담보 수준의 안정적 회복 여부 등을 함께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