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보좌관이냐" Vs "비아냥 마라"…아수라장된 운영위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일정 협의 없이 자유한국당에서 일방적으로 회의를 개회했다며 항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자유한국당이 일방적으로 소집을 요구해 19일 개회한 국회 운영위원회가 결국 더불어민주당의 반발 속에 아수라장이 됐다.

원자력발전소 사업 불만을 무마시키기 위한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특사 파견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면서 한국당이 소집한 운영위와 관련,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정치공세라면서 강력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반면 한국당은 국민들의 의혹해소를 위한 자리라고 맞섰고, 국민의당 역시 국회 차원의 규명이 필요하다고 공감대를 나타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에 의사일정 자체를 인정하지 못한다면서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을 제외하고는 전원 운영위 회의에 불참했다. 이 과정에서 박 원내수석이 약 30분 가까이 나 홀로 항의를 이어갔고 한국당이 역으로 발끈하면서 막말과 고성, 삿대질이 오가는 볼썽사나운 광경이 벌어졌다.

박 원내수석은 회의 시작 직전 정우택 운영위원장을 대신해 의사일정을 진행하려는 김선동 한국당 간사에게 “회의를 시작 하면 안 된다”라며 “마이크만 좀 넘겨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사회권을 넘겨받은 김 간사는 이를 거부하면서 회의를 강행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박 원내수석은 회의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면서 위원장석 앞에 서서 김성태 신임 한국당 원내대표와 김 간사에게 항의를 계속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이런 박 원내수석의 모습을 원색 비난하면서 회의를 방해하지 말라고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특히 박 원내수석과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 간에는 감정싸움에 가까운 공방이 오갔다.

박 원내수석이 “공식 회의도 아니고 속기록에 발언이 남지도 않는 상태에서 얘기하고 나가려고 한다”고 하자 장 수석대변인은 “그럼 나가시라. 조용히 하시라”고 비판했다. 박 원내수석이 다시 “말을 그렇게 하느냐. 국회 관행을 이렇게 무시할 수 있느냐”고 물러서지 않자 장 수석대변인은 “임종석 비서실장 보좌관이냐”고 비꼬았다.

이에 박 원내수석은 다시 “비아냥거리지 마시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야당의원으로서 최소한 양식이 있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후 박 원내수석은 이날 운영위 회의가 △정우택 현 위원장이 해외 출장으로 자리에 없고 △무엇을 논의할지 안건 자체가 없으며 △여야 간사 간 협의가 전혀 없는 3무(無)란 점을 꼬집음과 동시에 “정치 공세의 장으로 국회를 악용한 점을 국민들로부터 용서 못 받을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박 원내수석 퇴장 이후 운영위는 약 40분 이상 청와대와 정부에 대한 야권의 일방 성토장이 됐다. 한국당과 국민의당은 UAE 특사 의혹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의 3박 4일 중국 국빈방문 역시 맹비난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오늘 운영위는 물론 청와대 해명에 따라 (이번 특사 의혹은) 정권차원 문제로 비화될 수 있음을 분명히 한다”라며 “임 실장이 이실직고하지 않으면 진실을 밝힐 의무도 한국당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날을 세웠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역시 “UAE에 비친 대한민국이 어떨까 참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다”라며 “비록 운영위에 당사자가 출석하지 않았지만 다음 운영위에는 임종석 비서실장과 국정원 1차장, 국방차관 그리고 같이 동행했던 비서진들까지 전부 출석시키는 가운데 제대로 된 운영위가 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