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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위협 벗어난 일동제약, '전투력 강화' 잰걸음

천승현 기자I 2016.01.14 11:10:09

녹십자 등 지분 처분 이후 R&D 투자 강화
3년새 임상시험 42건 착수..복합제 집중 투자
창업주 3세 윤웅섭 사장 경영 가세 이후 체질개선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일동제약이 경영권 위협의 그늘에서 벗어나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약과 복합신약 개발에 연구 역량을 집중하면서 미래 먹거리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젊은 감각의 창업주 3세 윤웅섭 사장이 지난 2013년 경영에 본격 가세한 이후 빠른 속도로 체질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1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8일 고혈압치료제 ‘발사르탄’과 발기부전치료제 ‘타다라필’을 동시 투여하는 임상1상시험에 착수했다. 고혈압약과 발기부전약을 결합한 복합제 개발을 시도하는 것이다. 회사 측은 “발기부전을 겪는 환자의 절반 가량이 고혈압도 동반하고 있어 두 약을 한 알로 먹을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일동제약(000230)은 지난 5일 두 개의 고지혈증약(에제티미브+로수바스타틴)을 섞어 만든 복합제의 임상 3상시험도 식약처로 승인받았다. 이 회사는 지난해에도 ‘전립선비대증치료제+발기부전치료제’, ‘고혈압치료제+고지혈증치료제’ 등 복합제 8건의 임상시험에 돌입했고 현재 총 12건의 복합제를 개발 중이다. 차세대 먹거리 확보를 위해 기존 제품을 활용한 복합제 시장을 집중적으로 두드리는 전략이다.

일동제약 복합제 임상시험 승인 현황(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특히 지난 몇 년간 계속됐던 경영권 분쟁 위협서 벗어나면서 본격적으로 내실 다지기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일동제약은 2014년 초 녹십자가 일동제약의 지분율을 최대주주(32.52%)에 근접한 29.36%까지 끌어올린 이후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에 시달렸다. 지난해에는 녹십자가 감사와 사외이사를 추천하며 본격적인 경영진 입성을 선포했고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는 일동제약 주식을 10% 이상 보유한 주요 주주들이 끊임없이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다.

결국 지난해 3월 일동제약의 정기주주총회에서 녹십자의 경영진 입성이 불발됐고 5월 녹십자가 보유 주식을 모두 처분하면서 적대적 M&A 가능성은 모두 해소됐다. 일동제약은 H&Q코리아 등 백기사를 앞세워 녹십자의 보유 지분을 인수했고 잠재적 우호지분을 포함해 50%대의 지분율을 확보하며 견고한 지배구조를 구축했다.

연도별 일동제약 임상시험 계획 승인 건수(단위: 건, 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일동제약은 지난해 새로운 임상시험을 11건 착수했는데, 녹십자가 지분을 정리한 지난해 5월 이후 8건의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해소되자 본격적으로 경영 정상화 작업에 돌입한 셈이다.

일동제약의 연구개발(R&D) 투자 강화에는 윤웅섭 사장(49)이 중심에 있다. 일동제약 창업주의 손자이자 윤원영 회장의 장남인 윤 사장은 연세대 응용통계학과와 조지아주립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KPMG 인터내셔널 등에서 회계사로 근무하다 지난 2005년 일동제약 상무로 입사했다.

윤 사장은 2013년 4월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섰고 이때부터 일동제약의 R&D 투자가 확대됐다. 일동제약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간 단 한 건의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받을 정도로 신약 개발에 인색했다. 하지만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무려 42건의 임상시험을 시작할 정도로 경영 방식이 전면 바뀌었다.

윤 사장은 지난해 녹십자의 경영진 입성이 불발된 직후 “지금까지 추진했던 중장기 전략을 흔들림없이 추진하겠다”며 미래 먹거리 확보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연도별 일동제약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단위: %, 자료: 금융감독원)
일동제약은 지난해 3분기 누계 R&D 투자금액은 36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1.2% 늘었고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은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

일동제약은 경쟁업체인 LG생명과학(068870)의 B형간염 신약물질 ‘베시포비어’의 판권을 사들이는 실속 경영을 단행, 이르면 내년께 자체개발 첫 신약을 배출할 전망이다. 이외에도 치매치료제 등 총 5개의 신약을 개발 중이다.

연구비 조달을 위한 실탄 확보 작업에도 분주하다. 일동제약은 다국적제약사와의 활발한 제휴를 통해 대형 비만약 ‘벨빅’을 장착하며 실적도 개선됐다.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사업을 강화하면서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일동제약은 지난 3분기 누적 매출액은 337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6.7% 늘었고 영업이익은 두 배 이상 뛰었다. 최근에는 영업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영업조직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최근 다양한 복합제를 개발하면서 약물 합성기술이 많이 높아졌다”면서 “중장기적으로 신약 전문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해 R&D 투자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릴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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