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는 24일 용산 국립전파진흥원에서 관련 공청회를 열기로 했으나 KT(030200) 측 공사업체들의 거센 반발로 행사가 무산, 3월2일로 연기됐다.
방통위는 이날 관로 및 케이블 설비제도 고시 제정에 따른 파급효과에 관한 의견을 수렴하려 했다. 그러나 KT 공사업체 측이 `기술검증` 공청회에 참여하지 못했다며 이날 공청회의 연기를 요구한 것.
방통위는 지난 17일 관로 및 케이블 설비 필수제공의 기술검증 공청회를 개최한 바 있다. 그러나 KT 공사업체 측은 방통위가 전날 저녁 공청회 장소를 광화문 방통위에서 용산 전파진흥원으로 갑자기 변경한 것을 문제삼으며 참석하지 않았다.
KT 공사업체 측은 "방통위가 (지난 공청회에서) 뭐가 무서워 갑자기 광화문에서 용산으로 도망갔느냐"며 "기술검증 공청회에 우리가 참여하지 못했으니 오늘 파급효과 관련 의견 수렴은 나중에 하는 것이 맞다"고 비난했다.
이제범 방통위 과장은 "당시 분명히 전날 저녁에 장소변경을 공지했고 공청회 당일 광화문까지 왔으면서 관계자들이 용산까지 오지 않았다"며 "오늘 공청회를 방해하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그대로 진행하겠다"고 맞섰다.
그러나 이날 방청객 100여명 중 다수를 차지한 KT 공사업체 측과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공사업체간에 욕설과 함께 몸싸움이 오갔다. 이 과정에서 방청객의 신고로 경찰까지 출동했다.
이처럼 정부기관이 개최하는 공청회에서 `난장판`이 벌어진 이유는 KT가 설치한 관로를 SK브로드밴드(033630), LG유플러스(032640)에 얼마나 내 주느냐에 따라 사업자들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10~15cm 직경으로 지하에 매설된 관로는 광케이블, 동케이블이 돌아다니며 초고속 인터넷 등 통신 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필수설비다. KT는 지난 2009년 KT-KTF 합병 당시 이 설비를 경쟁사에 제공하기로 한 바 있다.
필수설비 사업자인 KT의 관로를 경쟁사가 얼마 만큼 도매로 임대해 줄지 여부는 `관로 적정 예비율` 산정에 따라 좌우된다. 예비율이란 KT가 자사의 케이블 불량 같은 긴급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다른 사업자들에게 임대하지 않고 남겨 둬야 하는 비율을 말하는데, 이 예비율이 낮을 수록 KT가 타사에 내줘야 하는 공간이 커진다.
초고속 인터넷 경쟁이 극심한 상황에서 KT는 타사에 관로 내 공간을 많이 임대해 줄 수 없다고, 경쟁사는 KT-KTF 합병의 조건인데 지키지 않는다고 각각 주장해 왔다. 여기에 실제 땅을 파고 관로 및 케이블 설비 공사를 시행하는 각사의 공사 업체들까지 알력 다툼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공청회가 개최 두 시간이 지나도 고성이 오가며 전혀 진전을 보이지 않자 방통위는 연기를 선언했다. 다음 공청회에서는 KT 공사업체 측의 요구대로 기술검증을 다시 다루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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