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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들은 계속 번복되고 늦어지는 행정처리에 불만을 토로했다. 계속해서 신원 확인이 미뤄질 뿐만 아니라 그간 발표했던 내용들과 다른 정보들이 계속해서 들려왔기 때문이다. 한 유가족은 당국을 향해 “전날 오후 2시부터 냉동 콘테이너가 와서 희생자들이 안치된다고 했는데 새벽이 돼서야 들어갔다”며 “무조건 빨리 해달라는 게 아니라 정확한 내용을 전달받고자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브리핑에 나선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저희도 급한 마음에 현장 확인을 하지 않고 (발표를 하는 등) 혼선을 빚어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이제부터는 확인되고 준비된 것들을 말씀드리겠다”고 해명했다. 나원호 전남경찰청 수사부장 역시 “본의 아니게 약속했던 것보다 신원 확인이 늦어진 점에 대해 사과한다”며 “원래라면 전날 오후 11시부터 전부에 대한 신원확인이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확인 절차를 밟느라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가 공항에 모습을 드러내자 유가족들의 분노는 이어졌다. 김 대표는 “사죄의 마음으로 여러분 앞에 섰지만 무슨 말씀을 드리겠나. 너무나도 죄송하다”며 “회사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여러분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사과를 하는 과정에서 일부 유가족들은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 “확실하고 구체적인 대책을 말해달라”고 항의했고 김 대표는 “유가족 대표단과 상의해서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유가족들은 제주항공 측에 장례 비용 등에 대해 확실히 보장해야 한다고 김 대표에게 요구했다. 그간 유족들 사이에서 ‘납골당 비옹을 1년만 보장해준다’, ‘5년만 보장해준다’는 등 여러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한 유가족은 “납골을 평생 보장으로 합의하고 가라”고 요구했고 다른 유가족은 “다들 생계를 내팽겨치고 와 있는데 대책이 있는가”라고 묻기도 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야당 의원들에게 답답함을 호소하는 유가족들도 있었다. 전날과 지난 29일에 이어 현장을 다시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한 유가족은 “매형과 매형 어머니, 9살짜리 조카가 사망했는데 공항 데이터 자체에서 조카 이름이 빠져 있었다”며 “(당국이) 고생하고 있는 것은 알지만 공지의 투명성 이런 게 담보됐으면 좋겠다”고 눈물을 흘렸다. 이에 이 대표는 유가족의 이야기를 메모하며 유족을 토닥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