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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수능에서도 지난해와 동일하게 출제과정에서 ‘킬러문항’을 배제하기로 했다. 오승걸 평가원장은 “교육부 사교육 경감 대책에 따라 소위 킬러문항을 배제하면서도 적정 변별력을 유지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국교육방송(EBS) 교재·강의와 수능 출제 간 연계율은 50% 수준을 유지한다. 오 원장은 “수능 출제의 연계는 간접 방식으로 이뤄지며 연계 교재에 포함된 도표, 그림, 지문 등을 활용해 연계 체감도를 높일 예정”이라고 했다.
올해 수능도 2022학년도에 도입한 문·이과 통합시험 기조를 유지한다. 국어·수학·직업탐구 영역은 ‘공통과목+선택과목’ 구조로 출제되며, 사회·과학탐구영역은 문·이과 구분 없이 2개 과목까지 선택할 수 있다.
예컨대 국어는 공통과목(독서·문학) 외에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 중 하나를, 수학은 수학Ⅰ·수학Ⅱ를 공통과목으로 치르고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탐구영역에서도 문·이과 칸막이가 사라지며, 계열 구분 없이 17개 과목 중 2개를 고를 수 있다.
시험실당 수험생 수는 28명 이하로 바뀐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24명으로 제한하던 데서 팬데믹 이전의 ‘28명 이하’로 다시 환원하는 것이다.
◇출제진 합숙 중에도 유사성 검증
교육부는 특히 올해 수능부터 유사성 검증을 강화하기로 했다. 재작년 치러진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과 같은 ‘판박이’ 논란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다. 통상 수능이 치러지기 전에는 출제·검토위원·관리인원 등 약 700명이 외부와 차단된 합숙 생활을 하게 되는데 앞으로는 출제본부가 꾸려진 뒤에도 사교육 모의고사·문제지와의 유사성을 점검하겠다는 얘기다.
교육부 관계자는 “그동안에는 출제본부 입소 후 발간된 사교육업체의 모의고사 등은 유사성 검증서 누락되는 사례가 있었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시중 문제지나 사교육업체 모의고사, 발간 예정 자료 등을 입수해 수능 문항과의 유사성 검증에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출제 예정인 수능 문항과 사교육 모의고사 간 유사성은 현직교사들로 구성된 수능출제점검위원회가 맡는다. 이들은 정부의 킬러문항 배제 방침에 따라 작년 9월 모의평가 때부터 문항 점검을 해왔는데 올해부터는 킬러문항 판별에 더해 유사성 검증까지 맡게 됐다.
◇이의심사서 ‘문항 연관성’도 다룬다
수능 이의 심사 절차도 보완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출제 오류 등에 대해서만 이의 신청를 받았지만, 앞으로는 사교육과의 연관성도 심사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앞서 감사원 감사에서는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문항이 사교육 모의고사와 ‘판박이’란 이의제기가 영어교과에서 약 62%를 차지했지만, 평가원 담당자들이 공정성 논란을 피하려 의도적으로 이를 심사 대상에서 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 수능 6월 모의평가부터는 문항의 사교육 연관성도 이의 심사기준에 포함한다”며 “최종적으로 사교육과 연관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문항의 출제자는 출제인력 풀에서 즉시 배제하는 등 엄정 대응할 계획”이라고 했다.
교육부는 수능 출제인력 풀을 확충하고 이들에 대한 검증·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수능 판박이 지문도 결과적으로는 수능 출제진으로부터 유출됐다는 지적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교육업체에 대한 모니터링과 신고접수를 강화해 출제자의 출제경력 노출·홍보 이력 적발 시 출제인력 풀에서 배제하는 등 관리를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수능 출제진의 경우 출제 참여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겠다는 서약을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는 인사는 출제진에서 배제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국세청 소득 증빙 자료를 통해 사교육 영리 행위자도 가려낼 방침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수능 출제진과 사교육 간 카르텔을 근절해 나갈 것”이라며 “올해도 변별력을 확보하면서도 공교육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킬러문항을 배제하는 공정 수능 원칙을 유지해 수능의 신뢰도를 회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