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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힘실린다…공정위, 손해배상 강화

김미영 기자I 2018.02.22 12:00:00

공정위, 법 집행 체계개선 TF 최종안 발표
손해배상시 법원에 기업기밀 제공 의무화
집단소송제 도입 확대·분쟁조정 대상도 넓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공정위 제공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손해배상소송 과정에서 법원이 피해액 산정 등을 이유로 기업에 자료제출을 요구할 경우, 기업이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는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될 전망이다. 그간 증거 부족 등으로 손해액 산정이 어려워 실질적으로 피해자 구제가 어려웠던 터라, 이 제도가 도입되면 피해자 권리 회복에 상당한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같은 골자의 ‘공정거래 법 집행 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 논의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부터 외부전문가 10인으로 구성된 TF를 꾸려 공정위 관할 법률에 대한 행정·민사·형사 제재 체계를 조율했다. 공정위가 독점한 전속고발권을 풀되(형사), 공정위 과징금을 올리고(행정), 집단소송제 등 도입(민사) 하는 게 골자다. 이른바 공정위가 독점한 경쟁법에 경쟁을 도입하는 취지다.

◇손해배상소송시 법원에 기업기밀 제공 의무화

TF는 전속고발권 폐지 등에서는 이견이 있었지만, 민사적 제재 수단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입을 모았다. 우선 TF는 손해배상소송 과정에서 피해자의 증거확보 능력을 강화하는 수단이 필요하다고 데 의견이 모아졌다. 법원이 손해액 산정에서 추가 증거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기업에 요청하면, 기업이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공정거래법에 규정하는 방식이다. 이른바 한국형 디스커버리제도다.

미국의 경우 재판이나 심사 개시 전 원·피고 양측이 혐의 입증과 관련된 모든 증거자료를 공개하고 그 범위 내에서만 본안 심사를 하도록 하는 ‘디스커버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소송 당사자간 끼리 증거와 서류를 주고 받고 쟁정을 명확히 정리한 뒤에 소송에 들어가는 방식이다.

다만 국내법은 법원 중심으로 재판이 이뤄지기 때문에 공정위는 기업비밀을 포함한 증거자료를 법원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제한했다. 현재 특허법에도 법원이 영업비밀이라 하더라도 침해여부 증명 또는 손해액 산정에 반드시 필요할 경우 기업이 반드시 제공하도록 규정한 것을 끌어왔다.

아울러 TF는 공정위도 현재 손해배상소송이 제기될 경우 의결서 등만 제공했지만, 앞으로는 기업비밀 등 사건자료 제출을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공감했다. 다만 리니언시(자진신고자 면제)제도가 있는 만큼 리니언시 자료는 제출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영업비밀 등 자료 제출범위와 방식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TF는 △영업비밀을 포함해 제출하되 소송당사자에게 공개할지 여부는 의겸첨부 △영업비밀은 제외해 제출하되 제외된 목록과 그 사유를 법원에 제시하는 복수안을 제시했다.

◇집단소송제 도입 확대·분쟁조정 대상도 넓혀

공정위는 아울러 소액·다수의 피해자들이 적은 비용으로 신속하게 피해구제를 받도록 소비자분야에 한해 집단소송을 도입하자는 데 입을 모았다. 담합(공정거래법), 제조물책임법 위반(제조물책임법), 허위·과장 광고(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 재판매가격 유지행위(공정거래법)에 한해 도입하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이보다 폭넓게 도입하자는 의견도 함께 제시됐다.

현재 민사소송의 경우 소비자가 개별적으로 소송에 참여할 경우 비용 부담과 복잡한 절차로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피해구제를 받기 어려웠다.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민사상 손해배상을 보다 수월하게 기업에 청구할 수 있다. 승소시 막대한 금액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대리인인 법무법인이나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TF는 대체적 분쟁해결제도 활성화를 위해 △공정거래법상 분쟁조정대상 확대(①부당지원행위 제외한 불공정거래행위 전반 확대 ②모든 위반행위로 확대), 조정-중재연계제도 도입, 딥단분쟁조정에 직권개시 도입하는 방안도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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