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성식 일병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1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다가 결국 감정에 복받쳐 쓰러졌다. 박 일병이 냉동고에 갇힌 지 어느 덧 12년이 지났지만, 죽음의 진상이 밝혀지기는 커녕 국방부에서 3년 이상의 미인수 시신의 강제 화장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들은 김 씨의 억장이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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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이후의 군의 대응도 김 씨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웠다. 당시 서해교전으로 군 전체의 비상이 걸려있던 상황에서 박 일병과 상병은 사건 2시간이 지나서야 발견됐다. 박 일병과 상병이 있던 초소로부터 불과 300미터에 대공초소가 있었지만, 아무도 7발의 총성을 듣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사고현장에는 대대장보다 당시 상병의 삼촌이었던 헌병대 중위가 먼저 도착해있었다는 점도 사건의 은폐·왜곡을 의심케하는 대목이다.
유가족들이 군에서 사망한 가족의 시신을 찾지 않는 것은 죽음의 원인을 자살로 확정한 군 당국의 조사에 의문을 제기하고 재조사를 요구하기 위한 마지막 저항 수단이다. 현행법은 군에서 자살로 처리된 유족이 억울함을 주장할 경우 그 입증 책임을 유족이 지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은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유가족이 3년 이상 인수를 거부할 경우, 유골을 강제로 화장해 벽제 7지구 봉안소에 통합해 보관하기로 했다. 또 자살로 판정된 군인의 죽음에 유족들이 반발할 경우, 이것이 개인적인 이유가 아님을 입증할 때만 국립묘지에 안장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얼마 전 국방부에 갔더니 조사팀 관계자가 ‘이제 아드님 보내고 즐겁게 살라’고 하더라. 이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울부짖었다.
군은 이와 동시에 전공사상자 처리 훈령을 개정해 순직처리 기준 중 자살에 관한 부분을 ‘자유로운 의지가 배제된 상태에서’를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상당히 저하된 상태’로 일부 완화하는 것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전히 순직 기준을 ‘자살’에 한정함으로써 군 당국의 책임보다는 사망 당사자의 책임을 강조하고 이에 납득하지 못하는 유족들의 입증책임을 강화해 배제하는 이중적 측면은 여전하다.
2002년 경기도 부천의 아파트 단지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고 채희상 일병이 그러하다. 군은 임무에 따른 스트레스로 부대에 미복귀한 후 추락사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유가족의 문제제기로 군의문사조사위원회가 진상규명에 나섰으나 사인은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채 일병의 어머니 김은의 씨는 “그동안 한 마디도 없더니 지난 7월 국방부에서 엄마들을 찾아와 이렇게 말했다”면서 “그러더니 우리 아들은 여기에 해당 사항이 아니라며 좀 더 기다리라고 하더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현재 국회 국방위원회에는 의무복무 중 사망한 장병들을 모두 순직자로 인정하는 내용의 군인사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이 법을 대표발의한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윤 일병 사건을 보면 알 수 있든 군이 처음에 발표한 사망 이유와 실제 진실은 전혀 동떨어져 있다”며 “특정인의 의사로 좌지우지되는 군 검찰·재판·헌병대에 의해서만 이뤄지는 수사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