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사례1) "김서방, 퇴근했는가?"
"아직 외부입니다. 회사 끝나고 업무상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현재 식사 중입니다"
"업무는 무슨 업무! 퇴근시간 되면 술친구 찾는다고 매일같이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결혼한지도 얼마 안 된 신혼인데 허구한 날 밤늦게 들어오고, 들어올 때면 술에 떡이 돼 있고, 거기에 주사까지... 우리 민자(가명) 그렇게 독수공방 시킬 거면 뭐하러 결혼했는가?"
공기업에 다니는 32세의 P씨는 장모로부터 이와 같은 전화를 자주 받았다. 전화뿐 아니라 주말이나 귀가에 맞춰 아예 장모가 집에 와서 훈계를 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런 후에는 당연히 아내와 언쟁을 벌인다. 부부간 다툼이 있으면 다음날 당장 장모의 귀에 들어가게 되고 이는 사위에 대한 추궁으로 이어졌다. 참다못한 P씨는 외박이나 외출이 잦아졌고 자연히 결혼도 파국으로 치달았다. 결국 1년 반 정도의 결혼생활은 2011년 10월 청산됐다.
사례2) 모 종합병원에서 내과의로 근무하는 34세 S씨(여성 : 이하 이혼당시 나이)는 2009년 9월 같은 병원의 외과의사 N씨(37세)와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렸다. 그러나 결혼의 기쁨도 잠깐. 서울 출신의 신부와 경상도 출신의 남편 사이에는 사고방식과 생활습성 차이로 크고 작은 언쟁이 끊이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가사분담 문제와 급여관리 등이 가장 큰 이슈였다. 같은 의사로 맞벌이를 하는 이상 여성측에서는 당연히 가사도 적절히 분담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경상도의 가부장적 집안에서 자란 남편은 권위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거기에 더해 가사 도우미를 쓰라는 장모의 제의마저도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거절했다.
근처에 살며 딸 부부의 집에 가끔 들러 가사를 돌봐주던 S씨의 친정어머니가 이들 사이에 끼어들기 시작하면서 문제는 점점 확대됐다. 사위에게 이런 저런 잔소리와 불만을 늘어놓은 것이다. "커피나 물은 딸에게 시키지 말고 직접 가져다 마셔라", "휴일에는 청소기도 돌리고 자동차도 정리토록 하라", "급여는 여자가 일괄 관리하게 하여 빨리 전세에서 벗어나도록 하라" 등등. 부부간은 물론 장모와 사위간의 갈등마저 심각해지자 더 살아봐야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한 이들 부부는 2010년 7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합의이혼 절차를 밟았다.
최근 재혼전문 결혼정보업체에 접수된 재혼 대상자들의 이혼사유들이다. 모두 여성의 친정어머니가 딸 부부 사이에 적극 개입하면서 갈등을 심화시켰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장서갈등에 따른 이혼은 결혼초기인 35세 이하에서 특히 많다.
작년 한 해 동안 재혼전문 사이트 온리유와 결혼정보회사 비에나래에 접수된 35세 이하 재혼 상담 신청자 329명(남성 141명, 여성 188명)의 이혼 배경을 분류해 보면 남성은 `처가의 간섭 및 갈등`이 조사 대상자의 26.2%로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돌싱 여성들이 `시가의 간섭 및 갈등`으로 이혼한 17.0%보다 무려 9.2%나 높아 사회적 변화상을 실감케 해준다.
재혼 대상 남성들이 주요 이혼 사유로 꼽은 처가의 간섭 및 갈등에는 가정경제나 가사, 자녀계획은 물론 가족의 대소사, 시가 관계 등 제반 사항에 대해 장모 등 배우자의 가족이 개입하는 것을 내포한다.
온리유의 손동규 명품커플위원장은 "부모의 입장에서 볼 때 자녀에 대한 성별 선호도가 사라졌을 뿐 아니라 성장과정에서 아들에 비해 딸이 더 착하고 반듯하게 성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딸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경우가 많다"며 "그런 딸이 결혼 후 부당한 대접을 받거나 고통스런 결혼생활을 할 경우 하루 빨리 새로운 길을 택하도록 부모가 종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비에나래의 이경 매칭실장은 "장기간 결혼생활을 영위하다보면 자녀나 재산, 이혼 후의 삶의 행로 등 고려해야할 과제가 복잡하게 얽히고설키기 때문에 이혼을 쉽게 고려하지 못한다"라며 "결혼 초기에는 이해관계가 비교적 단순하고 최근의 이혼 보편화 현상 등도 겹쳐 쉽게 이혼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