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지분제 재건축은 조합원 부담금을 초기에 확정해 사업추진 과정에서 생기는 추가 비용과 개발이익을 시공사에 귀속시키는 방식이다. 요즘과 같이 주택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선 조합원들이 사업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되고 있다.
최근 고덕주공6단지 재건축조합이 평균 지분율 174%를 제시한 두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고,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조합도 지분율 160%라는 하한선을 두고 시공사 선정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130%대의 지분율을 제시해 수주에 나섰던 건설사는 셈법을 달리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나 지분제 재건축사업에서도 조합원들에게 함정은 있다. 시공사가 조합과 지분제로 계약을 맺으면서 기타사항에 `사업여건 변경시 조합과 협의`라는 단서를 추가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 이같은 단서조항이 조합원들에겐 독소조항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령 건설사가 확정지분율 160% 이상, 일반분양가 3.3㎡당 3000만원으로 책정해 1000가구 규모의 재건축사업 시공사로 선정됐다고 가정할 때 일반분양 시점에 예상보다 집값이 떨어지면 계획했던 일반분양가로 분양에 나서기 어려워진다. 집값이 하락할 때는 일반분양가를 낮춰야 분양수요를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3.3㎡당 3000만원으로 책정했던 분양가를 주변 시세에 맞춰 3.3㎡당 500만원만 낮춰도 평균 99㎡형을 공급하려는 시공사는 1500억원의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건설사는 이같은 일반분양가 책정의 리스크를 고스란히 자신들이 감당하지 않는다. 기타조항의 `사업여건 변경시 조합과 협의`라는 단서조항을 활용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가를 낮춰야 한다면 조합원 지분율을 내리든 시공사가 리스크를 안든 해야 착공이 된다"며 "하지만 리스크를 모두 감당할 시공사는 없다"고 말했다.
조합도 시공사와 계약시 `사업 착공일까지 인상요인 없음`이라는 단서 조항을 달아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착공 기준일`까지만 적용되기 때문에 `착공 기준일` 이후 공사비 인상요인이 발생한다면 시공사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
만약 조합과 시공사가 추가공사비 투입으로 인한 지분율 축소를 놓고 조율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공사기간은 지연되고 결국 입주연기에 따른 조합원들의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조합에게만 유리한 조건으로 보이는 시공사 선정에는 드러나지 않은 리스크가 있다"며 "무작정 높은 지분율만 보고 시공사를 선정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