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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노동자 보호법’ 시행 4년 됐지만
고객 응대 노동자를 위한 법제 개선이 된 지 4년이 지났지만, 곽씨와 같은 감정 노동자들은 여전히 폭언 등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개정된 법령은 고객 폭언 등에 따른 고객 응대 노동자의 일시적 업무 중단, 휴식 시간 보장, 치료 상담 보장 등을 사용자 의무로 규정했으나, 현장에서는 지켜지고 있지 않았다. 이러한 해당 법 제도의 문제점 개선과 책임 있는 조치를 정부 등에 촉구하기 위해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이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감정노동자 보호법 시행 4년, 콜센터 감정노동 실태 증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신용보증재단 고객센터에서 상담사로 근무하다 지난 7월 퇴사한 윤민아 씨도 폭언에 시달렸다. 윤 씨는 지난 7월 고객으로부터 “XX년이 말귀 XX 못알아 듣네” 등의 욕설과 폭언을 들었다. 통화 종료 후 관리자를 통해 휴식시간 30분을 부여받았지만, 과호흡 증상과 심장 두근거림으로 근무를 이어나갈 수 없었다. 그는 조퇴 후 병원에서 치료받았다. 해당 시행령에서 치료비 및 상담비 등이 보장돼 있었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무급 조퇴처리였다.
윤 씨는 “병원 서류를 회사에 제출했지만 회사에서는 휴식시간 30분을 부여했으니, 그 이후 조퇴에 대해서는 임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들었다”면서 “이 사건을 통해서 안내된 심리상담 지원도 회사가 지정한 곳에서만 유급으로 보장한다고 할 뿐이었다”고 말했다.
◇ 공공운수노조 “노동부, 특별근로감독 등으로 점검”
곽씨나 윤씨와 같은 고객 응대 노동자들의 실태는 여전히 심각하다. 지난 4월 국가인권위에서 발표한 콜센터 노동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상담사의 31%는 해당 법안 도입 이후에도 고객 폭언 등이 동일하다고 응답했다. 지난 2008년 때 조사와 이번 조사를 비교하면 월평균 폭언 사례는 7.16회에서 11.58회로 약 62% 증가했다. 성희롱 사례는 0.96회에서 1.09회로 약 14% 증가했다. 회사의 보호조치가 강화되지 않았다는 답변도 37.5%에 달했다.
앞서 공공운수노조가 지난해 발표한 ‘콜센터 노동자 노동 건강 실태’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전체 응답자의 80.3%가 여전히 우울증 위험군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고객이나 업체로부터 폭언과 무리한 요구 등을 경험한 응답자도 90%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공공운수노조는 △고객 폭언 등 응대 시 부여하는 추가 휴식 시간을 ‘유급’ 보장을 법령에 명시 △고객 성희롱·폭언 등 상황에서 ‘원 스트라이크 아웃’ 등 피해노동자 ‘작업중지권’ 도입 △관련 매뉴얼 등에 노동자의 집단적 의견 등의 반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민경 공공운수노조법률원 변호사는 “감정 노동자 보호라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의 입법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현실과 사각지대는 개선돼야 한다”며 “산업안전보건법과 시행령 등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취지와 사용자의 보호의무, 안전배려의무를 고려해 콜센터 노동자의 인권과 건강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올바르게 해석,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 등으로 사업주가 법을 제대로 지키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