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자제해달라”며 민주노총 찾은 김 총리…“노동자 입만 막나” 면담 거부

최정훈 기자I 2021.07.02 13:16:52

김 총리, 정은경 질병청장과 민주노총 찾았지만 10분 만에 돌아가
김 총리 “상황 풀 수 있게 도와달라…변이 바이러스 퍼지고 있어”
민주노총 “집회할 능력있어…노동자 입만 막나” 면담 거절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김부겸 국무총리가 오는 3일 서울 도심에서 1만명 규모의 집회를 예고한 민주노총 사무실을 찾아 집회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집회 강행 의지를 보이며 김 총리의 면담을 거절했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2일 오전 정은경 중앙방역대책위원장과 함께 민주노총을 방문, 코로나19 확산의 기로에 서 있는 중차대한 시기임을 고려해 주말 대규모 집회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 총리는 2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과 함께 서울 중구 민주노총을 찾았지만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김 총리는 건물 앞에서 이양수 민주노총 부위원장과 한상진 대변인에게 “이 상황을 풀 수 있게 도와달라”며 “지금 어디선가 변이가 퍼져나가기 시작하는데 이게 전국적으로 되면...”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노총 관계자들은 김 총리를 막아선 채 “정부에서 방역 실패한 것을 왜 우리에게 와서 그림을 만들려고 하는가”라며 “여기에 하나도 절박하지 않은 사람이 없는데 저희들의 목소리를 막은 것”이라고 말했다. 건물 앞에선 민주노총 관계자 30여명이 ‘집회를 보장하라’, ‘말만 노동 존중’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노동자들의 입을 막는 정부는 필요 없다”며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어 김 총리가 취재진 앞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전화하려 하자, 이 부위원장은 “총리실로 돌아가셔서 전화하라. 기자들 앞에서 무슨 전화를 하신다는 것이냐”고 반발하기도 했다. 이 부위원장은 “지금 이 상황은 방역법 위반이 아닌가”라며 “야구 경기, 콘서트는 되지 않느냐. 우리도 나름대로 국민들 걱정을 알고 있고, 충분히 준비할 능력도, 경험도 있다”며 집회 허가를 촉구했다.

김 총리는 이어 “집회 신고대로 흩어져서 50인 이내로 하실 것인가”라고 묻자, 이 부위원장은 “모여서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집회를 마련해달라”며 김 총리의 제안을 거절했다. 이에 김 총리는 “50인 이상 집회를 하면서 집회의 자유만 이야기만 하실 건가”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김 총리는 결국 양 위원장을 만나지 못하고 도착 10여분 만에 자리를 떴다. 한편 김 총리는 이날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 확산세에 따라 철저한 방역 수칙 준수를 당부하는 내용의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할 계획이다.

앞서 민주노총은 오는 11월 총파업 투쟁을 앞두고 오는 3일 문재인 정부에 산재사망 근본대책 마련, 재난시기 해고금지, 최저임금 대폭 인상 등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서울 도심에서 개최할 계획을 밝혔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1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통 받는 노동자와 민중을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3일 전국노동자대회를 서울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세가 다시 거세지면서 감염 우려가 제기됐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826명으로 늘었다. 특히 전파력이 더 센 것으로 알려진 인도 유래 ‘델타형’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도 국내에서 속속 발견되는 상황에서 해외유입 확진자도 급증하는 추세다. 이에 서울시와 경찰은 민주노총의 집회를 불허한 상태다. 현재 서울 전역은 10인 이상 집회 금지다.

양 위원장은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대규모 집회를 진행하는 데 대한 국민 여러분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그래서 민주노총은 거리두기와 집회의 안정적 운용을 위해 충분한 공간을 요구했지만, 경찰과 당국은 노동자의 목소리를 차단하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민주노총의 집회에 대해 엄정 대응을 예고했다. 김 총리는 지난 1일 임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아, 수도권은 오늘부터 적용하기로한 거리두기 개편을 일주일간 연기하는 등 엄중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방역수칙 준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때, 전국적 확산의 단초가 될 수 있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다면, 우리가 그간 지켜온 방역의 노력을 한순간에 수포로 돌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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