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종 지연→느린 회복→투자감소…"亞국가들 대가 치를 것"

방성훈 기자I 2021.03.25 10:56:03

백신 생산하는 中 접종률 5%…美 25%·英 41%와 대비
백신 수입하는 韓 1.3%·日 0.5%·濠 0.6% 그쳐
국경통제·거리두기 유지…집단면역 늦어 성장률 제한
외국인 투자 및 근로자·관광객·유학생 유치 어려워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아시아 국가들이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초기 감염 확산 통제에 성공했지만, 이에 따라 백신 접종이 늦어지면서 경기 회복 국면에서는 오히려 서방 국가들에 뒤처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아시아 국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을 ‘빠르게’ 억제하고 백신 접종은 ‘뒤늦게’ 서방 국가들을 따라가고 있다”면서 “느린 백신 접종 속도로 인해 집단면역 달성 시기도 늦춰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시아 국가들의 백신 접종이 늦어진 이유는 우선, 지난해 엄격한 국경 통제 및 봉쇄·격리 조치, 공격적인 접촉 추적 등을 통해 초기 방역에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덕분에 서방 국가들의 수요 급증에 힘입어 경제 탄력성도 높았다. WSJ은 “중국과 한국 경제가 특히 탄력적이었다”고 평했다.

또다른 이유로는 화이자나 아스트라제네카, 모더나 등과 같이 백신을 생산하는 제약회사가 없기 때문이다. 영국 옥스포드대학의 아우어 월드 인 데이터 프로젝트에 따르면,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의 백신 접종률은 3% 미만에 그치고 있다. 백신을 직접 생산하는 중국(홍콩 포함)조차 5%에 불과하며, 백신을 해외에서 수입해야 하는 한국(1.3%), 호주(0.6%), 일본(0.5%) 등은 미미한 수준이다. 반면 백신을 수출하는 국가들, 영국과 미국의 접종률은 각각 41%, 25%에 달한다.

중국은 아직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 계획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일본은 화이자 백신만 사용을 승인한 상태다. 한국의 경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택하면서 충분한 물량을 확보했음에도 접종 시기와 목표를 낮추게 됐다.

이외에도 초기 방역 성공으로 시민들이 ‘백신을 꼭 맞아야 한다’고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접종 속도가 늦어지는 주된 이유로 꼽혔다.

WSJ은 “아시아 국가들은 초기 방역에 성공하면서 경제적 피해도 크지 않았지만 이 때문에 국경 통제나 사회적 거리두기 등과 같은 조치를 완화하기 힘들어졌다. 또 향후 전파력이 더 강한 것으로 알려진 변이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도 크다”면서 “결과적으로는 이미 집단면역을 달성한 서방 국가들에 비해 더 큰 경제적 부담을 질 수밖에 없게 됐다”고 내다봤다.

아시아 국가들이 고 아직까지는 잘 버티고 있지만 서방 국가 주도 하에 진행될 글로벌 경기 회복 국면에서는 성장이 제한되는 등 백신 도입을 서두르지 않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란 얘기다.

중국이나 일본, 호주 등은 물론 지난해 방역 모범국으로 칭송받았던 한국까지 현재 접종 속도로는 올 상반기 내 집단면역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이에 따라 여름철에 여행 산업을 정상화시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본이 도쿄올림픽에서 해외 관중을 받지 않기로 한 것도 늦은 백신 접종과 무관치 않다고 WSJ은 설명했다.

경제 회복 지연으로 외국인 투자도 제한될 수 있다. 주중 미 상공회의소 연례조사에 따르면 올해 중국에 2억5000만달러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한 응답자는 4%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17% 대비 13%포인트나 낮아진 것이다.

아울러 국경 통제 및 사회적 거리두기 등이 유지되는 한 외국인 근로자나 관광객, 학생 등을 유치하기가 어려워지고, 경제에도 부담을 줄 것이라고 WSJ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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