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이 죄냐"...청약 시장 불평등에 1인가구 원성

신수정 기자I 2020.12.14 11:01:10

생애 최초 특별공급 요건에 미혼자는 제외
청약가점제에서도 당첨확률 거의 없어
1인 가구 위한 주택정책 마련 논의해야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30대 중반의 미혼인 A씨는 생애 첫 내 집 장만을 위해 아파트 청약을 결심했다. ‘생애 최초’ 특별공급물량에 신청할 계획이었지만, 결혼한 사람만 청약 가능하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결국 1·2순위 청약을 노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가점이 턱없이 부족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미혼인 1인 가구를 위한 주택정책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인 가구는 생애 최초 등 특별공급 대상에서 아예 제외된 데다, 받을 수 있는 가점도 한계가 있어 청약 당첨은 꿈도 꾸지 못하는 실정이다. 늘어나는 1인 가구를 위한 정책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생애 최초 특별공급으로 청약할 수 있는 조건은 ‘입주자모집공고일 현재 혼인 중이거나 미혼 자녀가 있는 자’다. 즉 법적으로 혼인신고를 한 부부이거나, 한부모 가정 등이어야 한다. 미혼 1인 가구는 청약이 불가능하다.

순위 내 청약에서도 불리하다. 청약 점수 84점 만점 중 가장 비중이 높은 34점이 부양가족 수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1인 가구의 경우 부양가족 수가 0명이기 때문에 기본 점수 5점밖에 획득할 수 없다.

결국 무주택기간 15년 이상을 채워 32점 만점, 청약 저축 가입기간 15년 이상을 채워 17점 만점을 받아도 1인 가구는 54점을 넘지 못한다. 이마저도 1인 가구 세대주가 만 45세가 되어서야 받을 수 있는 점수다.

무순위 청약이나 투기과열지구에서 전용 85㎡ 아파트를 대상으로 50%를 추첨하는 물량에 도전해볼 수 있지만, 무한 경쟁에 뛰어드는 것에 불과하다. LH 등에서 공급하는 임대 물량의 경우도 자격 요건이 주거 취약계층이나 저소득층 위주로 설정돼 있어 웬만해선 입주하기가 어렵다.

미혼임을 밝힌 부동산 커뮤니티 한 회원은 “마흔이 다 돼가는 나이인데도 청약 점수가 한참 모자라다”며 “요즘 청약 당첨 합격선이 70점대 중반에 미쳐야 하는데, 싱글인 사람은 도저히 만들 수 없는 점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커뮤니티 회원은 “제대로 된 집에 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똑같은 것 아니겠냐”며 “부양가족에 가점이 집중된 청약 방식을 손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청약제도는 가점이 높은 사람에게 우선 공급된다. 지난 2007년 9월부터 부양가족 수가 많은 가구에 더 높은 점수를 주도록 변경됐다. 부양가족이 있는 사람을 우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1인 가구가 급격히 불어나면서 이에 대한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국의 1인 가구는 614만 7516가구로 전체 가구에서 가장 많은 30.2%를 차지했다. KB금융그룹의 ‘2020 한국 1인 가구 보고서’는 앞으로도 5년간 매년 15만 가구씩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청약 제도는 사실상 1인 가구를 위한 정책이 아니어서 구축 아파트 위주로 매매가 이뤄져 왔다”며 “1인 가구 비중이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만큼 청약제도 수정을 위한 물꼬를 터야 할 때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전경.(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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