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김미리) 심리로 진행된 조 전 장관 4차 공판에서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 이정섭 부장검사는 청와대 감찰무마 의혹과 관련된 수사착수 배경을 설명하면서 “검찰이 수사의지에 따라 실체에 접근할 수 있거나, 좌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관련 사건에 대해 법정에서 수사에 착수하게 된 배경을 직접 설명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앞서 재판부가 지난달 19일 조 전 장관 3차 공판 당시 재판 전 증인이 검찰에서 진술 조서를 확인하는 관행이 적절한지 따져 물은 데 대한 해명으로 풀이된다.
재판장인 김 부장판사는 당시 “이 사건을 검찰개혁을 시도한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의 반격이라고 보는 일부 시각이 존재한다. 다른 사건과 달리 더더욱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해 보이며 검찰에서도 이런 점을 주의해달라”며 주의를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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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장검사는 먼저 “이번 사건은 지난해 1~3월 서울동부지검에 배당됐지만 당시 동부지검 형사6부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에 올인 하다보니 이 사건에 제대로 접근하지 못했다”며 “저는 지난해 8월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로 발령받아 갔더니 이번 유재수 뇌물 수수 의혹과 감찰 무마 의혹 사건이 남아 있더라”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20년간 특별수사를 해왔다 보니 이게 딱 봤을 때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훗날 큰 지탄을 일으킬 사건이라는 느낌이 들었다”며 “유재수 뇌물 수수 의혹이 사실인지 규명해야된다는 생각에 수개월 간 수사를 진행하고 나니 감찰무마라는게 의혹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사건 핵심 관계인인 이인걸 특별감찰반 반장을 소환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부장검사는 “검찰 동료이기도 한 인걸이에게 이 사건은 국민들도 (수사가 되지 않은 채) 정리가 되면 받아들일 수 없는 사건이라고 설득해 이인걸도 기존 진술을 번복해 진상에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이라며 “특정 인물을 형사처벌하고 싶다는 것은 전혀 아니고 제가 실체에 다가가지 못하면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고 나 자신이 부끄럽다는 생각뿐이었다”고 강조했다.
즉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일각에서 제기되는 정치적 목적은 없었다는 점을 이같이 ‘소회’에 가까운 형태로 풀어낸 것이다.
반면 조 전 장관 측은 이같은 이 부장검사 해명에 대해 ‘정치적 맥락’이 반영된 단서들이 있다고 반박했다.
조 전 장관 측인 법무법인 다산 김칠준 변호사는 “이 사건에 대해 검찰 전체의 의사결정이 있었을 것이라 보고 의사 결정 전 과정에서 조 전 장관의 사회적 지위와 맥락 등이 반영됐을 것”이라며 “이러한 과정에서 정치적 맥락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고, 이를 의심할 만한 여러 단서를 우리도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재판부는 “이 사건은 주지하시다시피 세간의 관심을 모은 사건으로,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오이밭에서 신발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에서 관을 고쳐 쓰지 말라)’라는 말처럼 공정한 재판을 위해 함께 정성을 모으자는 취지”라며 “재판부 역시 증거와 법리에 따라 공정한 재판을 하겠다”고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