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 회복" 평생 싸웠다, 김복동 할머니는 누구

황현규 기자I 2019.01.29 10:04:52

암 투병 끝에 93세로 지난 28일 삶 마감
1992년 위안부 피해 공개증언ㆍ인권운동도 펼쳐
자유를 위해 싸우는 세계 100인의 영웅 등 선정
빈소는 서울 신촌 센브란스…시민장으로 치러져

2014년 4월 경기 성남 중원구 여수동 성남시청 광장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소녀상을 만져보고 있다. 김 할머니는 29일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상징으로 불리는 김복동 할머니가 건강 악화로 별세했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지난 28일 오후 10시 41분경 김 할머니가 암 투병으로 별세했다고 29일 밝혔다. 향년 93세다.

김 할머니의 별세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총 23명으로 줄었다. 김 할머니는 위안부 생존자 중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위안부 피해 사실을 알린 인물로 평가받는다. 또한 앞으로 자신과 같은 전쟁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인권 활동도 적극적으로 해왔다.

◇피해 당사자로서 위안부 피해 사실 적극 증언

정의연에 따르면 김 할머니는 1925년 경남 양산에서 태어나 만 14세인 1940년 위안부로 끌려가 중국과 △홍콩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에서 피해를 당했다. 김 할머니는 해방 이후 1947년 귀향했다.

김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를 공식적으로 세상에 알린 인물로 평가된다. 1992년 최초로 유엔인권위원회에 파견돼 위안부 사실을 증언했다. 1993년에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세계인권대회에 참석했다. 2000년에는 ‘일본군 성노예 전범 여성’ 국제법정에서 원고로 참여해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

김 할머니의 공로는 수상으로도 증명됐다. 김 할머니는 △미국 캘리포니아 글렌데일시의회 용감한 여성상(2010년) △국경 없는 기자회·AFP가 ‘자유를 위해 싸우는 세계 100인의 영웅’ 선정(2015년) △대한민국 국가인권위원회 대한민국 인권상 국민훈장(2015년) △서울특별시 명예의 전당(2017) △정의기억재단 여성인권상(2017년)을 받았다.

◇위안부 피해 회복위한 활동도…“일본 사죄 꼭 받아야”

피해사실을 고백한 이후 김 할머니는 피해자 인권 보호 활동에도 앞장섰다. 김 할머니는 2012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전시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나비기금을 설립했다. 3년 뒤인 2015년에는 전쟁과 무력 분쟁 지역의 아이들을 위한 장학금 5000만원을 나비기금에 직접 기부했다.

김 할머니는 또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김복동 평화상’을 2017년에 제정해 여성 인권 보장 운동에 참여했다. 김복동 평화상은 김 할머니가 정의연에 후원한 기금으로 만들어진 상으로 전시 성폭력 피해자 지원과 여성 인권 보장 운동에 활동한 단체·활동가에게 주는 상이다.

특히 김 할머니는 2015년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에 대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냈다. 김 할머니는 암 투병 중이던 지난해 9월 휠체어에 몸을 싣고 외교부 앞에 나와 1인 시위를 펼쳤다. 당시 김 할머니는 “어떻게 일가친척도 아니고 얼굴도 모르는 우리를 보러 오지도 않은 사람들이 할머니들을 파냐”며 “전 세계에 돌아다녀도 우리 나라 같은 나라는 없다”고 토로했다.

한편 김 할머니는 세상을 떠나기 전 윤미향 정의연 대표에게 “위안부 문제를 끝까지 해결해달라. 재일 조선학교 아이들을 지원하는 것도 끝까지 좀 해달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 할머니의 빈소는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특 1호실에 마련됐다. 장례식은 여성인권운동가 김복동 시민장으로 치러진다. 조문은 29일 오전 11시부터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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