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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ILLY의 자율주행 시스템 평가가 이뤄지는 첨단시험로는 일종의 ‘가상도시’ 형태로 꾸며졌다. 사거리와 신호체계, 빌딩, 주차장 등 실제 도심 한복판을 그대로 옮겨놓은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첨단시험로에서는 M.BILLY의 실제 주행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M.BILLY에는 레이더와 카메라 등 8개 종류, 총 25개의 센서가 장책돼 차량 주변 360도를 감지한다고 하는데 센서가 사람의 눈을 얼마나 정확히 대신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출발 지점에서 서서히 움직인 차는 스스로 우회전을 하더니 곧장 사거리 교차로로 진입했다. 좌회전 차선으로 이동해서는 신호 대기를 받기 위해 멈춰 섰다. 신호가 떨어지자 핸들이 왼쪽으로 머뭇거림 없이 돌아갔다. V2X(Vehicle to Everything) 통신 기술을 이용해 차량이 신호 바뀜도 스스로 알아챘다.
원형 회전 교차로도 막힘없이 통과한 자율주행차는 시속 40km로 직선 도로를 달렸다. 주행 차로에 정차한 차량이 발견되자 옆으로 돌아 나가기도 했다. 이날 M.BILLY가 가상의 도심로를 달린 거리는 약 2km. 실제 사람이 운전할 때처럼 속도를 많이 내지는 못했지만 차선 변경이나 신호등 인식, 회전 구간이 많은 도심 주행로를 안정적으로 달리는 장면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현대모비스에서 자율주행차 개발을 맡고 있는 이원오 책임연구원은 “현재 M.BILLY에는 독자 개발한 전방 레이더가 장착돼 있다”며 “카메라와 라이더 등 다른 센서도 순차적으로 독자 개발해 실차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오는 2022년 독자 센서를 장착한 레벨3 자율주행 시스템 양산이 목표다. 이를 위해 현재 600명 수준인 자율주행 관련 분야 연구인력을 2021년까지 매년 15% 이상 증원할 계획이다.
현대모비스의 미래 경쟁력을 확인한 뒤에는 터널시험로로 향했다. 폭 30m, 길이 250m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터널시험로 안에 들어가니 암막 커튼을 두른 듯 사방이 컴컴했다.
순간 터널 천장에서 직사각형 형태의 구조물 십여 개가 내려왔다. 준비된 차량에서 상향등을 켜자 가장 멀리 있는 구조물까지 불빛이 비쳤다. 헤드램프가 먼 거리까지 밝게 비출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장면이었다.
터널 안쪽으로 조금 걸어 들어가니 지능형 헤드램프(IFS)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었다. 지능형 하이빔 시스템이다. 어두컴컴한 시골 길 상향등을 켠 채 주행하다가 마주 오는 차량이 보이면 상대방 운전자의 눈부심을 차단하기 위해 차량 부위는 하향등으로 바꿔준다. 차량을 제외한 다른 공간은 그대로 상향등을 유지하며 달린다. 구슬 모양의 여러 LED 램프가 상대 차량의 움직임을 추적해 피아노 건반이 움직이듯 켜졌다 꺼졌다 하면서 선별적으로 빔 패턴을 변화시켰다.
시험로 중에는 모형로도 인상적이다. 기자를 태운 차량의 왼쪽 바퀴는 트위스트로, 오른쪽 바퀴는 물결 모양의 장파형로를 걸친 상태에서 지나갔는데 마치 흔들의자에 앉은 듯 차량이 출렁거렸다. 유럽 도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벨지안로(울퉁불퉁한 마차도로)를 통과할 땐 차량 진동이 몸 전체를 타고 흘렀다. 모형로는 이 같은 특이한 길을 차량이 통과하면서 차량이 받는 충격, 좌우 밸런스, 승차감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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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50km 속도로 전방을 향해 달리던 차량이 갑자기 급정거를 했다. 차가 조금 미끄러지면서도 진행 자세 그대로 안정적으로 멈춰 섰다. 현대모비스에서 제동 시스템 실차 평가를 담당하고 있는 김규환 책임연구원은 “세라믹 노면의 경우 일반 아스팔트 길에 비해 10배 정도 더 미끄럽다고 보면 된다”며 “특수 노면에서 반복적인 평가를 통해 현대모비스가 공급하는 제동 장치의 품질을 철저히 검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산주행시험장은 현대모비스가 약 3000억원을 투자해 2016년 말 완공하고 지난해 상반기부터 본격 가동 중이다. 총 14개의 시험로와 4개의 시험동을 갖추고 자율주행차, 친환경차 등 미래차 핵심 부품의 성능과 품질을 종합 검증하는 곳으로 향후 현대모비스가 미래차 기술에 집중하는 전문 기업으로 발돋움하는데 전초기지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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