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인사이드]④CJ가 잃은 것, SK가 잃은 것

[이데일리 김현아 김유성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017670)과 CJ헬로비전(037560)의 인수합병(M&A)를 최종 금지하면서 SK와 CJ는 충격에 휩싸였다.

하지만 미디어를 사물인터넷(IoT)·생활가치와 함께 3대 플랫폼으로 키우려던 SK텔레콤은 이후를 도모할 수 있지만, CJ헬로비전 상황은 절박하다는 평가다.

주가 역시 이를 반영하듯 합병 불허 소식이 전해진 5일 CJ헬로비전 주가는 13.33% 급락한 1만400원으로 장을 마감한 후 연일 하락세를 보이다 18일 오전 9시 30분 현재 1만 500원으로 거래되고 있다.

SK텔레콤 역시 5일에는 주가가 1.59%가량 내렸지만 합병 무산에도 중장기 성장성을 평가받으면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 현재 22만2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7월 18일 오전 11시 세종 청사에서 신영선 공정위 사무처장이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주식취득 금지와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간 합병금지를 발표하고 있다.

15일 열린 공정위 전원회의에서도 CJ 측이 훨씬 시간을 많이 쓰면서 거세게 문제를 제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CJ헬로비전은 공정위가 자사가 케이블 방송을 하는 23개 방송구역별 지역시장을 기준으로 경쟁제한성을 평가한 것은 옳지 못하며, 아날로그 케이블과 디지털 케이블의 차이, 폐암 1기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어려워진다는 점, 공정위가 제출한 많은 문서나 근거들이 경쟁사인 KT 자료에 근거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김진석 CJ헬로비전 사장은 전원회의 발언 이후 기자들을 만나 “최선을 다했고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SK 측이 비교적 차분하게 요금인상 가능성이 없고, M&A 이후 망고도화를 통해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할 것이며, 이동통신 시장의 점유율도 하락추세라고 설득한 것과 온도 차가 났다.

케이블 업계 관계자는 “그룹에서 매각을 결정하고 올해 경영계획을 합병법인에 맞춰 잡은 헬로비전으로서는 결혼하기 전 모든 걸 보여준 셈인데 앞으로 남이 된 SK브로드밴드와 경쟁할 수 밖에 없으니 난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인수합병 무산 이후 CJ헬로비전이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건강이 더 악화돼 수감 생활을 감당하기 어려운 이재현 회장의 재상고 포기 문제가 얽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이 회장이 혹시라도 이번 특사 대상에 포함되려면 재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돼야 한다. 당분간 CJ헬로비전은 CJ그룹에 남은 채 새로운 주인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SK도 유료방송 1등인 KT그룹(KT, KT스카이라이프)과의 미디어 시장 정면 대결은 불가능하게 됐다. 헬로비전 인수를 통한 미디어 전문가 확보 기회도 놓쳤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라인이 국내 최초로 뉴욕과 도쿄 증시에 동시 상장하는 데는 이해진 네이버 의장의 공도 있지만, 네이버가 첫눈을 인수할 때 합류한 신중호 글로벌최고책임자(CGO)가 60%이상 기여했다”면서 “SK는 CJ의 미디어 전문가들을 놓쳤다”고 평했다.

이형희 SK텔레콤 사업총괄(부사장)은 전원회의 직후 “충분히 소명했다”며 “잘 안됐을 경우의 계획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7월 15일 오후 2시 정부 과천청사 2동 2층에 마련된 공정위 피심의인 대기실에서 이형희 SK텔레콤 사업총괄(가운데), 이인찬 SK브로드밴드 사장(앞), 하성호 SK텔레콤 CR부문장이 공정위 전원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