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중국 국적의 20대 조선족으로 결성된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조선족 김모(24)씨 등 4명을 사기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12일 밝혔다.
중국 총책인 손모씨(26)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5일까지 3개월여간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대포통장(타인명의 통장)을 넘겨받아 피해자들로부터 입금받은 2억7000만원(17건)을 서울 도심 일대의 현금인출기(ATM)에서 인출한 뒤 다시 중국에 송금해주고 수수료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은 범죄를 포함하면 김씨 등이 건네받은 대포통장은 총 216개에 달하며, 피해액만 15억80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 총책인 손씨가 피해자들에게 금융기관을 사칭하거나 납치를 빙자한 사기 전화를 걸어 대포통장으로 돈을 입금받으면 즉시 ATM에서 돈을 인출·송금했다. 송금 전 인출금액의 1~2%를 수당으로 챙겼다.
중국판 카카오톡인 ‘QQ’를 사용해 총책 손씨로부터 지시를 받았으며, 신분이 노출될 것을 염려해 손오공·저팔계·삼장법사·우마왕·백룡 등 별칭을 정하고 상황에 따라 인출책·송금책 역할을 분담하거나 협업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송금 과정에서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환전상을 통해 600만원 이하로 보내거나, 손씨로부터 전달받은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국내 대포통장에 무통장 입금한 뒤 재송금하는 수법을 쓰는 치밀함도 보였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2010년 전후 한국에 들어와 일용직 노동자로 전전해오다 돈을 쉽게 벌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손씨의 꾐에 넘어가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에서 손씨는 “3~4년 전 한국에 들어왔지만 취업하지 못했다. 돈은 생활비와 유흥비로 썼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통상 점조직 형태를 띄는 보이스피싱 조직과 달리 이번 사례는 친구 등 지인을 통해 소개받아 별도의 인출조직을 결성한 것이 특징”이라고 전했다.
경찰은 지난달 말 이 같은 첩보를 입수한 후 대포통장 보관장소인 지하철역 물품보관함 앞에서 잠복해있다가 돈을 인출하는 저팔계 김씨를 발견,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또 저팔계 김씨를 추궁해 범행을 모의했던 경기도 안산의 한 PC방 등을 알아낸 뒤 정씨 등 나머지 3명도 차례로 검거했다.
경찰은 추가 범행이 있을 것으로 보고 이들의 여죄를 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