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국내 대표 철강회사인 포스코와 통신업체인 KT의 최고경영자 (CEO)자리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로 부인했지만 퇴진압박을 가한다는 얘기가 일파만파 퍼지고 있어서다. 최근 정황은 이런 소문에 신빙성을 더해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10대 그룹 총수 회동에 재계 서열 6위인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초청받지 못했던 게 하나다. 비슷한 시기 청와대가 이석채 KT 회장에게 조기 사퇴 의사를 타진했지만 본인이 거부 의사를 표시했다는 얘기가 돌았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 후임자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됐다. 게다가 곧 있을 박근혜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 동행 경제사절단 명단에도 정 회장과 이 회장의 이름은 나란히 빠져 있다. 게다가 포스코는 지난 3일부터 세무조사까지 받고 있다. 우연이라고 보기엔 예사롭지 않다. 우회적인 사퇴압박-여론 떠보기-사정으로 이어지는 흔들기의 전형을 보는 듯하다.
포스코와 KT의 공통점은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기업들. 자산 81조원으로 10대 그룹에 드는 포스코와 자산 35조원으로 재계순위 11위를 차지하는 KT는 국민연금이 각각 5.99%와 8.65%의 지분을 갖고 있긴 하지만 정부 지분이 없는 순수 민간기업이다. 그러나 정권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수뇌부가 임기전 물러나는 일이 잦았다. 최고 권력을 등에 업고 한동안 조직을 이끌었지만 떠나는 이들의 퇴장은 쓸쓸했고, 폭로와 투서, 내부 줄서기와 암투로 얼룩진 상처는 결국 조직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정 회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실세 그룹이었던 ‘영포라인(영일·포항 출신)’과 손잡고 CEO에 올랐다는 소문이 파다했고, TK(대구 경북)출신인 이 회장도 인사 배경에 대해선 자유롭지 못할 터다. 취임 직후 특정 지역 출신과 정권에서 내려보낸 낙하산 인사들을 주요 보직에 채우면서 빈축을 사기도 했다. 지금와서 ‘외압’을 얘기하는 건 좀 넌센스다.
하지만 이제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때가 됐다. 청와대와 정치권이 포스코나 KT 등 이미 민영화한 기업을 논공행상의 수단으로 활용하지 말고 이번 기회에 잘못된 관행을 뜯어고쳐야 한다. 박 대통령은 반세기 동안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했던 지역감정의 분열과 갈등을 대탕평으로 극복하겠다고 다짐했다. 인사를 통해 탕평책을 실천하려면 청와대와 정부기관 그 주변이 먼저다. 가뜩이나 불경기에 허덕이는 민간 기업 인사에까지 간여해선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