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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위원은 이날 한은 본관에서 취임식을 마친 후 기자실을 방문해 작년에 쓴 논문에서 자가주거비가 빠져 물가지표가 과소 평가됐다고 했는데 현 시점에서도 유효한지를 묻는 질문에 “소비자 물가지표에 자가주거비가 빠져 있는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20개국은 들어가 있고 나머지는 빠져 있다”며 “작년 논문을 쓸 때는 재작년 집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그것을 반영하면 공식 지표보다 높았다고 봤는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 데이터를 확인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장 위원은 작년 논문에서 자가주거비가 제대로 반영됐다면 물가지표가 7%대를 보였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작년 집값이 하락하면서 물가지표가 과대 평가됐을 가능성에 대해선 “그것은 데이터를 봐야 안다”면서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장 위원은 논문을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것에 대해 “논문의 요지는 미국에서 1990년대 이후 필립스 곡선(실업률과 물가상승률 간 역의 관계)이 깨졌고 오히려 최근엔 우상향해 물가도 높고 경기도 나쁜 상황임을 보여줬다. 통상 공급 충격이 오면 그런 상황이 발생하는데 우리나라도 미국 만큼은 아니지만 비슷한 상황으로 보인다”며 “그렇게 되면 정부, 중앙은행이 (정책으로 대응하기) 힘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필립스 곡선이 우하향하는 전통적인 관계에 있다면) 두 마리 토끼는 다 못 잡아도 한 마리라도 잡을 수 있을 텐데 반대로 돼 있으면 둘 다 못 잡을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나고 코로나 충격도 있으니 공급쪽 충격이 와서 그렇다”고 덧붙였다.
장 위원은 현재도 같은 상황이라고 판단하는 지에 대해 “코로나19는 끝났고 지정학적 리스크는 좀 나아지는 상황이지만 데이터를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장 위원은 경제적으로 뭐가 가장 어렵냐는 질문에 “수출도 어렵고 금융환경도 만만치 않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좋아지긴 했지만 여러 부분이 다 어렵다”며 “(수출의 경우) 문을 열고 살아서 잘 사는 경제니까 그것은 안고 가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금융환경에 대해선 “어느 나라나 부채도 많고 인플레이션이 잡히긴 하나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춘섭 위원은 ‘비둘기(완화 선호)’라는 평가에 대해 “금융, 경제 상황에 따라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중요하고 이에 따라 결과론적으로는 평가할 수 있지만 누구(금융위원회 위원장) 추천인지 등을 통해 사전적으로 평가할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금통위원으로) 지명됐을 때 말씀드린 것처럼 재정, 통화정책 모두 최종 목표는 경제 안정과 성장 발전이라고 본다”며 “백그라운드는 재정이지만 앞으로는 통화정책 관점에서 우선해서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한은 노조는 박춘섭 위원의 금통위원 선임에 반대하며 피켓 시위를 했다. 박 위원이 조달청장으로 근무했던 당시 한은 통합 별관 공사와 관련 입찰 문제가 벌어지며 한은이 긴 시간 소송, 공사지연 등의 문제를 겪었기 때문이다. 한은은 2월 조달청에 늘어난 임차료 등 손해액의 일부인 약 5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노조에선 이런 문제가 일어날 당시 조달청장으로 재직했던 박 위원이 금통위원으로 선임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와 관련 박 위원은 “과거 그런 게 있어서 안타깝고 마음이 무겁다. 조만간 노조 분들을 뵙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해소되지 않을까 싶다”며 “과거는 다 없어지고 지금은 한은 입장에서 일하기 때문에 통화정책을 최우선에 두고 일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