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생각]②급변하는 글로벌 경제…달러는 살아남을까

김무연 기자I 2020.09.21 11:00:00

지상 강의 ‘오늘의 원픽’ : ‘인더스토리Ⅱ’ 3강 화폐(貨幣) 下 ‘달러’
1970년대 중동 건설 붐은 기축통화 달러 안정화 일환
페트로 달러 석유 태환은 신기루…달러는 불태환 화폐
현대 기축통화 달러는 광물·채권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가치 유지

한국에 분 중동 붐.
[총괄기획=최은영 부장, 연출=권승현 PD, 정리=김무연 기자]1970~1980년대 우리나라에는 ‘중동 붐’이 일었다. 우리 기업과 노동자들은 열사의 땅에서 공장, 빌딩 등 각종 건축물을 짓고 외화를 벌어들였다. 하지만 이 ‘중동 붐’이 미국이 화폐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실시한 ‘페트로 달러 순환 시스템’의 일환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브레튼 우즈 체제 붕괴 이후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밀약을 맺고 달러로만 석유를 거래하는 ‘페트로 달러’ 체제를 구축한다. 이렇게 달러는 기축통화의 지위를 유지했지만 여전히 ‘트리핀의 딜레마’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었다. 미국은 이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 페트로 달러 순환 시스템을 고안해 냈다.

석유 거래가 달러로만 가능해지자 중동 국가에는 막대한 양의 달러가 쌓이게 된다. 중동 국가들은 이 달러를 바탕으로 대규모 건축 사업을 시작하는데, 대부분 수주를 미국에 넘긴다. 즉, 미국이 석유 값으로 지불한 달러를 건축사업 대금으로 돌려받는 방식으로 로버트 트리핀 예일대 교수가 경고한 기축통화국 적자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미국은 이런 배경으로 수주한 대형 공사를 한국 등 개발도상국에 하청을 주었고, 한국은 막대한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경제 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다.

달러 증가율과 석유 생산량 증가율 비교.
2000년에 들어서면서 페트로 달러 체제는 끊임없이 위협받고 있다. 이란이 달러가 아닌 다른 통화로 석유 거래를 시도했고 올해에는 중국의 위안화로 석유가 거래되기 시작했다. 임규태 박사는 이러한 시도가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흔들지는 못할 것이라 단언했다. 그 이유는 현재는 ‘페트로 달러’라는 개념 자체가 허상이기 때문이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1971년 2조 달러에서 2018년 20조 달러로 대략 10배 증가했지만 석유 생산량은 1971년 5000만 배럴에서 지난해 9000만 배럴로 1.8배 늘었다. GDP 증가로 유추할 수 있는 달러 발권량 증가와 석유 거래량 차이를 볼 때 석유 거래만으로 달러 가치를 지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임 박사의 설명이다.

임 박사는 “킹스턴 체제가 되면서 달러는 불태환 신용화폐가 됐다. 즉 특정 현물로 달러의 가치를 유지하지 않는다”라면서 “오늘날 달러의 가치는 석유, 금, 구리 등 현물을 비롯해 채권가격 등이 함께 떠받치고 있는 구조라 특정 현물의 부족이 달러의 위상을 흔들긴 어렵다”고 했다.

무엇보다 전 세계를 압도하는 미국의 막대한 군사력이 있는 한 달러화는 기축통화로서 지위를 지속할 것이란 분석이다. 임 박사는 “달러가 기축통화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건 미국이 글로벌 경제와 정치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다는 의미”라며 “현재 미국은 기축통화 시스템을 흔들려는 시도를 무마시킬 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고 지금도 달러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끊임없이 강구하고 있다”고 했다.

임규태 박사가 서울 중구 순화동 KG하모니홀에서 ‘위대한 생각’ 지상 강연 ‘인더스토리Ⅱ’ ‘화폐(下) 달러’ 편을 강의하고 있다.(사진=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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