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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망중립성’ 오늘 폐기..우리나라는 공짜망 논란 여전

김현아 기자I 2018.06.12 10:37:51

미국 통신사, 트래픽 차별 가능해져..공정위 격인 FTC에서 사후 규제
제로레이팅·관리형 서비스는 허용추세…통신비 분담, 공짜망 논란은 여전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미국에서 오늘(현지시간 11일) 통신사(ISP)에 부여됐던 망중립성 의무가 공식 폐기됐다. 미연방통신위원회(FCC) 미국의 유·무선 ISP를 기간통신사업자(타이틀2)에서 부가통신사업자(정보서비스사업자, 타이틀1)로 변경하는 안건을 통과시킨 뒤 이날 공식 발효했다.

망중립성은 통신사업자가 인터넷으로 전송되는 데이터 트래픽을 내용이나 유형, 제공사업자 등에 관계없이 차단·제한·차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처리해야 하는 것이다.

오바마 정부 시절인 2015년 FCC 고시로 시행됐으나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후 아짓 파이 FCC 위원장이 취임하면서 폐기됐다. 버라이즌이나 AT&T, T모바일 같은 미국 통신사들은 차별 및 차단 금지 같은 망중립성 의무에서 벗어난 것이다.

◇미국 통신사, 트래픽 차별 가능해져..공정위 격인 FTC에서 사후 규제

하지만 그렇다고 미국 통신사들이 함부로 특정 앱이나 서비스를 차단하거나 덩치가 작은 신규 업체의 진입을 막을 수 있게 된 것은 아니다.

FCC의 규제는 받지 않지만 연방거래위원회(FTC)에서 불공정하거나 경쟁을 침해하는 행위를 하면 규제받는다. 우리로 치면 방송통신위원회가 아닌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규제받는 것이다.

미국 통신사들은 자사 사이트나 FCC 웹사이트에 소비자들에게 어떤 트래픽이 차단되고 지연되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의무도 진다.

아짓파이 FCC 위원장은 망중립성을 폐기한 이유에 대해 5G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2018’ 부대 행사에서 시장에 기반을 두고 가볍게 다루는 자신의 규제 접근 방식이 5G를 미국에서 성공시키는 핵심요소라고 언급했다.

아짓파이 위원장은 “5G의 약속을 실현하려면 바보 파이프(통신망)가 아닌 스마트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며 “멍청한 파이프는 똑똑한 도시를 제공하지 못한다. 멍청한 파이프로 수백만 대의 연결된 자율주행차가 동시에 도로를 안전하게 운전하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5G로 차선이 늘어나는데 같은 속도와 가격으로 서비스하라고 하면 다양한 신규서비스가 못 나오거나 도로공사 비용을 국민이 더 부담해야 할 것이란 주장이다.

◇제로레이팅·관리형 서비스는 허용추세…통신비 분담, 공짜망 논란은 여전

우리나라는 어떨까. 망중립성 폐기·개선이든 유지·강화든 법제화는 안 됐고 제로레이팅(스폰서요금제)은 지방선거 공약으로 등장했다.

또, 페이스북, 구글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 업체(CP)의 국내 통신망 사실상 공짜 사용 논란은 여전하다.

일단 국회에 △망중립성을 완화하자는 법안(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발의)과 △망중립성을 강화하자는 법안(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이 발의돼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6·13 지방선거 공약으로 통신비 절감을 위해 망중립성을 완화한 제로레이팅(스폰서요금제) 활성화를 내세우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은 ‘공짜 데이터 스폰서 요금제 확대’라는 이름으로 ▲사용자는 무료, 콘텐츠 제공사가 데이터 비용을 내는 스폰서요금제 도입 ▲ 워크넷 등 정부 제공 주요 취업관련 서비스 데이터 비용 정부 부담 ▲코레일톡 등 생활 밀착형 서비스 이용 데이터 비용 정부 부담 ▲스폰서요금제 도입을 위한 민관협의체 구성을 공약했다.

바른미래당은 제4이동통신 진입 활성화와 함께 온 국민 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해 제로레이팅 활성화를 공약으로 걸었다.

아짓 파이 FCC 위원장(출처: FCC 홈페이지)
정부에서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인터넷 상생협의체’를 만들어 플랫폼 사업자(인터넷 기업), 네트워크 사업자(통신 기업), 학계, 시민단체 등과 국내외 기업간 역차별 논의, 망중립성 문제 등을 다루고 있다.

지난 2월 출범한 상생협의체에서는 제로레이팅이나 하나의 물리적 ‘코어 통신망’을 다수의 독립된 가상망으로 분리해 고객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것 등은 허용쪽으로 논의가 모이고 있다. 평소에는 하나의 통신망인데 필요 시 자율주행차로 나눠 쓰거나 긴급의료서비스에 쓰는 일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조사나 인터넷 포털(일정 규모 이상 인터넷 기업) 등이 5G 투자비를 함께 부담할 수 있게 경제적 트래픽 관리를 유연하게 해야 하느냐는 여전히 논란이다.

자율주행차에 제공되는 통신망은 긴급 트래픽 우선 처리가 필요한데, 통신사가 특정 자동차 회사 등으로부터 통신망 이용대가를 받고 우선 처리해주면서 소비자는 별도 부담 없이 이용하느냐 등은 찬반이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페이스북이나 구글 유튜브, 넷플릭스 등이 엄청난 트래픽을 발생시키면서도 힘의 우위를 무기로 국내 인터넷 기업(아프리카TV, 네이버 등)보다 저렴한 통신비를 내고 있는 문제 역시 논란이 뜨겁다.

통신사 관계자는 “미국은 망중립성이 폐기돼 미국 통신사는 적정한 망비용을 내지 않으면 넷플릭스 등을 차단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아 글로벌 CP(콘텐츠업체)와의 협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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