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26th SRE][WORST]'사드'를 빼도..롯데에 쏟아지는 우려

함정선 기자I 2017.11.28 12:09:30

유커 돌아와도 회복 힘들다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3월 중국정부가 한국여행을 사실상 금지하며 시작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의 상처는 회복될 수 있을까. 롯데그룹에서 사드 타격이 가장 컸던 롯데쇼핑(023530)과 호텔롯데는 26회 SRE 워스트레이팅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SRE 설문에 참여한 시장참여자 158명 중 42명(26.6%)이 롯데쇼핑·호텔롯데의 신용등급이 적정하지 않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두 회사의 신용등급 방향이 상향돼야 한다는 의견은 한 명에 불과했다.

SRE 설문조사가 진행됐던 10월13일~20일 기간에는 이미 사드 보복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던 시점이다.

13일 한중 통화 스와프 연장 소식이 전해졌고 신임 주중 한국대사 선임 소식도 사드 해빙 기대를 키웠다. 이 때문에 주식시장에서는 화장품, 면세점 등 사드 관련 종목의 주가가 치솟았을 정도다. 이처럼 롯데그룹의 발목을 잡았던 사드 보복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음에도 시장참여자들이 롯데쇼핑과 호텔롯데의 신용등급이 적정하지 않다고 지목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1월 중순 들어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만남으로 사드 보복이 본격적으로 풀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시장에서 롯데그룹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여전하다는 의미다.

◇롯데그룹, 사드 이전부터 ‘우려’

롯데쇼핑과 호텔롯데는 사드 보복 때문에 SRE에 처음 등장한 것이 아니다. 사드 이슈가 터지기 전부터 SRE 워스트레이팅 단골 후보에 이름을 올린 지 꽤 됐다.

롯데쇼핑과 호텔롯데는 2015년 21회 SRE에 공동으로 이름을 올렸으며 득표율 7.5%를 기록했고, 22회에는 롯데쇼핑만 후보에 올라 5.0%의 득표율을 나타냈다. 23회에서 역시 롯데쇼핑이 워스트레이팅 후보로 6.4%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24회에서는 다시 롯데쇼핑과 호텔롯데가 함께 후보에 올라 득표율이 12.5%로 높아졌다. 사드보복이 시작된 25회에서는 득표율이 15.2%였다.

시장에서는 사드 보복이 시작되기 전부터 롯데쇼핑과 호텔롯데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있었다는 의미다. ‘현금부자’, ‘땅부자’로 불리는 롯데그룹이지만 두 회사의 재무구조나 사업역량이 ‘AA+’, 우량등급에 어울리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존재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 SRE 자문위원은 “사드 보복이라는 이슈 때문에 롯데쇼핑과 호텔롯데가 워스트레이팅에서 표를 많이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사드 보복이 언젠가는 해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던 만큼 이번 결과는 롯데그룹에 대한 ‘AA+’ 신용등급이 맞는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백화점·국내마트 ‘핵심사업’ 부진

롯데쇼핑은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에 중국 내 마트 불매운동, 영업정지, 폐점 등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중국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그러나 롯데쇼핑에 대한 우려가 사드 보복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사드 보복으로 인한 중국 시장 철수는 재무구조에는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수년간 적자를 지속했던 적자사업을 정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의 우려 요인은 중국의 사드 보복보다는 핵심사업인 백화점과 국내 대형마트 실적 둔화에 있다. 롯데쇼핑의 매출은 대형마트가 29.0%, 백화점이 28.4%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롯데쇼핑이 SRE 워스트레이팅에 처음 등장했던 시점부터 롯데쇼핑의 전체 매출은 연 28조원 내외에서 정체를 보였다. 이 상황에서 출점 확대, 임차료와 상각비 등 고정비 부담은 늘어났다. 특히 불황에 따른 소비침체와 온라인과 모바일 등 새로운 유통 채널 부각 등으로 백화점 부문의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롯데쇼핑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중 백화점이 차지하는 비중이 55.1%에 이르기 때문이다.

롯데쇼핑 백화점 부문의 총 매출은 2013년 8조6000억원에서 2016년 8조8000억원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EBITDA는 고정비 부담으로 2013년 9863억원에서 2016년 8646억원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백화점 실적 부진이 더 심화했다. 매출과 EBITDA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경쟁력 확보를 위해 아울렛 등을 공격적으로 출점하는 등 비용은 추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백화점과 함께 롯데쇼핑의 주요 수익원인 대형마트의 실적 역시 중국을 제외하고도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국내 대형마트 부문은 지난해 영업적자를 나타냈고, 올 들어 실적이 소폭 개선되고 있다고는 하나 개선 폭이 100억원 내외에 그쳐 큰 의미는 없는 상황이다.

대형마트 역시 백화점과 마찬가지로 매장 리뉴얼과 물류센터오픈 등의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고정비 등 비용부담이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신용평가사들은 현재까지는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을 ‘AA+’으로 유지하고 있다. 신용등급전망은 한국신용평가만이 ‘부정적’으로 부여한 상태다.

그러나 사드 보복 이슈가 끝났음에도 롯데쇼핑에 대한 신용등급, 신용등급전망 하향 가능성은 남아 있다.

◇사드 해빙에도..‘긍정효과’ 미미

앞서 언급한대로 9월 결정한 중국 마트부문 매각은 롯데쇼핑의 향후 신용등급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열쇠 중 하나다. 조기에 구조조정 비용 등을 들이지 않고 매각에 성공만 한다면야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문제다.

시장에서는 중국 마트 매각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존재한다. 우선 중국의 마트 업황이 그리 좋지 못하다. 올해 11월11일 광군제에서 하루 거래액만 28조원에 이를 만큼 중국에서는 온라인 쇼핑이 급속도로 발달하고 있다. 마트 업계에서는 글로벌 기업과 로컬기업이 출혈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롯데의 중국 마트부문이 그리 매력적인 매물이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중국에서 롯데 중국 마트부문의 순위는 약 15위 정도다. 인수를 통해 중국 마트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게다가 롯데의 중국 마트 사업은 최근 연 1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지속해왔다.

한편에서는 중국 마트부문의 임대료 등 해결돼야 할 문제가 많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 내 마트들의 점포 임대 계약 기간이 길어서 생기는 비용 등 고정비와 과중한 차입금을 떠안고 인수하려는 대상이 나타나겠느냐는 얘기다. 실제로 롯데쇼핑 중국 마트법인의 차입금은 현재 8100억원, 자산은 8500억원이다.

롯데쇼핑이 중국 마트법인 인수자에 차입금 일부를 이관할 경우에는 재무지표 개선이 가능하지만, 차입금을 승계해야 할 경우에는 재무지표 개선을 크게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NICE신용평가는 중국 마트부문 매각이 무산되거나, 마트부문을 매각해도 대규모 구조조정 비용 등이 수반될 경우 신용등급전망이 하향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호텔롯데, 하향 ‘트리거’는 이미 충족

호텔롯데는 사드 보복으로 2분기 298억원의 적자를 냈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이후 14년 만이다. 올 초까지만 해도 발 디딜 틈이 없었다던 롯데면세점 본점에서 중국인은 거짓말처럼 자취를 감췄고, 이는 고스란히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이것만 두고 보면 사드 보복이 완화되는 것이 곧 호텔롯데의 매출, 수익 회복으로 이어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사드 보복이 완화해도 호텔롯데의 재무구조가 즉각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중국의 한국 여행 금지 전부터, 롯데면세점에 유커가 가득했던 상황에서도 호텔롯데의 재무부담이 ‘AA+’등급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었기 때문이다.

신용평가 3사는 사드 보복이 심화되자 호텔롯데의 신용등급전망을 모두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그러나 이는 비단 사드 보복때문만은 아니다.

그동안 호텔롯데는 신용평가사가 정한 ‘AA+’급이 유지해야할 지표에서 벗어난 재무상태를 보여왔다. 그럼에도 신용평가사들은 호황인 면세점 사업, 보유 부동산 가치, 기업공개(IPO) 추진 기대감 등을 이유로 호텔롯데의 신용등급전망이나 신용등급을 조정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사드 보복으로 수익성이 저하하자 일제히 신용등급전망 조정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한국신용평가의 호텔롯데 등급하향 트리거를 보면, 연결기준 ‘EBITDA/이자비용’ 지표가 10배 미만이 지속되면 신용등급을 하향할 수 있다는 조건이 있다.

그러나 호텔롯데의 이 지표는 2015년부터 10배 미만으로 지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7.2배였던 해당 지표는 올 3월기준으로는 4.0배까지 떨어졌다.

한국기업평가의 트리거를 봐도 ‘순차입금/EBITDA’ 지표가 4.0배를 초과하면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하겠다고 돼 있는데, 해당지표는 2014년 3.4배를 기록한 후 이후 지속적으로 7.0배대를 기록하고 있다.

◇단기간 재무구조 개선 쉽지 않아

이는 곧 사드 보복과 상관없이 호텔롯데의 재무구조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

호텔롯데는 2015년 이후 롯데렌탈과 롯데글로벌로지스 지분인수, 뉴욕 팰리스 호텔 매입, 늘푸른의료재단(분당보바스기념병원) 인수 등의 대규모 투자를 지속해왔다. 이 때문에 6월 말 기준 순차입금은 4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2014년 말 호텔롯데의 순차입금 1조8000억원 대비 2배 이상이 늘어난 수치다. 게다가 면세점 업계 경쟁 심화로 비용도 증가추세를 보여왔다. 매출은 꾸준히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영업이익률은 2014년 8.6%에서 사드 보복이 본격화되기 전인 2016년에는 4.8%대까지 떨어졌다.

호텔롯데의 재무구조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IPO를 기약할 수 없다는 점도 재무상태에 부담이 되고 있다. 롯데 그룹 차원의 지배구조 재편이 진행 중이고, 호텔롯데의 주요 사업인 면세사업 영업실적이 악화되며 당분간 IPO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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