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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로봇 대명사 '다빈치' 본산 인튜이티브서지컬을 가다

강경훈 기자I 2017.11.08 11:09:47

로봇이 직접 수술한다는 건 오해
의사가 로봇팔 원격 조정하는 것
초정밀 치료 덕에 회복기간 빨라
美 전립선암 수술 90% 차지
갑상선·대장·위암 치료에도 활용
매출 9~10%는 연구개발에 투자
기계공학·SW·생물학자 등 협업

[서니베일(미국)=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에서 101번 고속도로를 타고 해안선을 따라 1시간 정도 내려가면 실리콘밸리에 속한 서니베일에 닿는다. 이곳에 로봇수술의 대명사 ‘다빈치’의 개발사인 인튜이티브서지컬이 자리해 있다.

이 회사는 다빈치 하나로 1995년 설립 후 22년만에 연매출 27억달러(약 3조160억원), 시가총액 430억5000만달러(약 48조800억원)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했다. 다빈치는 2000년 첫 제품이 선보인 후 지금까지 5개 모델이 출시됐다. 세계에 보급된 다빈치 4100여대를 통해 400만건 이상의 수술이 진행됐다. 관련 논문만 1만3000건 이상이 발표되며 의학적 근거를 만들었다.

인튜이티브서지컬 본사 로비에는 수백개의 동판이 걸려 있다. 다빈치 개발 과정에서 획득한 2500여건의 특허 중 일부를 동판에 새겨 넣은 것이다. 다빈치는 출시 초기 ‘값비싼 복강경수술에 불과하다’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없어 오히려 안전하지 않다’는 등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지만 이제는 미국에서 전립선암 수술의 90%, 부인암 수술의 70%를 차지할 만큼 대세로 자리잡았다. 제이미 웡 메디컬 디렉터(부사장)는 “의사는 복강경보다 익히기 쉬우면서 정교한 수술이 가능하고 환자는 째는 것을 최소화해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술용 로봇 다빈치.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가 콘솔박스에서 3D 영상을 보면서 로봇팔을 조작하면 수술사이드의 로봇팔이 그대로 움직여 수술을 한다.(사진=인튜이티브서지컬 제공)
수술용 로봇이라고 해서 의사 대신 로봇이 스스로 수술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지만 사실은 의사가 조종석에 앉아서 손잡이를 움직이면 관절이 달린 로봇팔이 그대로 움직여 수술을 하는 원격조정 장비이다. 다빈치의 가장 큰 장점은 회사 이름(인튜이티브는 영어로 ‘직관적’이라는 뜻이다)대로 직관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즉 의사의 의도대로 로봇 팔을 정교하게 움직일 수 있다. 본사에서 사내교육을 맡고 있는 이승완 매니저는 “다빈치는 의사의 의도를 그대로 실시간으로 수행하기 때문에 마치 의사가 환자의 몸 속에 들어가 수술을 하는 것과 같다”며 “배우기 쉬워 10분 정도만 연습해도 이름쓰기나 고리 옮기기 같은 간단한 과제는 쉽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이미 웡 인튜이티브서지컬 부사장이 다빈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가 콘솔박스에서 3D 영상을 보면서 로봇팔을 조작하면 수술사이드의 로봇팔이 그대로 움직여 수술을 한다.(사진=강경훈 기자)
다빈치는 엄밀히 말하면 발전된 복강경 기구이다. 관절이 없는 긴 막대 형태인 복강경에 비해 다빈치는 관절이 있어 미세한 움직임이 가능하다. 웡 부사장은 “사소하지만 큰 차이”라며 “의사는 도구를 조작하는 게 아니라 손을 직접 움직인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국내의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복강경 수술보다 2~3배 비싸다. 처음 다빈치가 등장했을 때 반발이 많았다. 웡 부사장은 “소모품·시스템·감가상각 등 수술과 직접 관련된 비용에 대해서만 경제성 분석을 했기 때문”이라며 “최근에는 수술 이후의 합병률 감소와 입원기간 단축, 그로 인한 빠른 사회 복귀 등 간접적인 비용까지 고려한 분석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튜이티브서지컬은 다빈치를 개발하면서 2500건이 넘는 특허를 획득했다. 본사 로비에 걸린 다빈치 특허.(사진=강경훈 기자)
인튜이티브서지컬은 매년 매출의 9~10%를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기계공학뿐만 아니라 광학, 소프트웨어, 생화학, 생물학 등 다양한 전공의 연구자들이 협업하고 있다. 웡 부사장은 “실리콘밸리에 회사가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장점”이라며 “다양한 분야의 우수한 회사들과 공동연구가 가능하고 유능한 인력을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가 집중하는 연구는 다빈치 그 자체이다. 지금까지 의사 두 명이 동시에 조작하거나 몸에 서너개의 구멍을 뚫는 대신 배꼽이나 입, 자궁 등 원래 있는 구멍을 이용하는 기구, 바이오마커를 이용해 조직을 구별해 정상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는 방법 등을 개발했다.

대신 수술법이나 새로운 아이디어 개발은 의사들에게 맡긴다. 웡 부사장은 “발표된 논문 대부분은 의사가 속한 병원의 임상데이터를 이용해 진행된 연구”라며 “특히 다빈치가 성장하는데에는 창의적이고 도전의식이 강한 한국 의사들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다빈치는 미국에서는 전립선질환 수술에 주로 썼지만 2005년 국내 도입 이후 갑상선암, 대장암, 위암 수술법이 국내에서 개발돼 글로벌 표준수술법으로 자리잡았다.

인튜이티브서지컬 본사의 한국인 직원인 이승완 사내 교육 매니저가 다빈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강경훈 기자)
인튜이티브서지컬은 최근 수술의 변동성을 줄이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웡 부사장은 “어떤 의사가 어떤 상태의 환자를 수술하더라도 일정한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하자는 의도”라며 “빅데이터와 AI(인공지능)를 이용해 의사가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거나 신경과 종양, 근육 등 조직별로 구별을 쉽게 하는 조영제와 디스플레이 장비 등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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